9.꿈 같은 역사의 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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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꿈 같은 역사의 진상(眞相)
1. 꿈을 깨뜨린 꿈 (2:1-30)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고도 패기(覇氣)에 넘친 왕 느브갓네살 대왕은 영원한 대제국을 꿈꾸고 있었다. 기원전 612년 고대의 초강대국 앗시리아를 넘어뜨린 아버지 나보포랏살을 뒤이어 파죽지세(破竹之勢)로 근동(近東)을 제패한 대왕은 유프라테스강을 가로 질러 수도 바벨론을 건설하고 이중 삼중의 성벽으로 겹겹이 두르면서 지금 만세의 왕국을 이룩하려는 부푼 꿈에 벅차 있었다. 이전의 나라들처럼 다시는 망하지 않을 나라, 세월과 함께 더욱 부강해지고 자손 만대에 번영할 그런 나라를 그는 꿈꾸고 있었다. 그리고 대왕의 이러한 꿈은 실제로 이루어져 가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그의 재위 2년 어느 날 밤에 대왕은 그의 이러한 웅장하고 화려한 꿈을 산산조각낸 다른 꿈을 꾸었다. 무섭고 괴로운 악몽(惡夢)이요 의기를 소침시키는 흉몽(凶夢)이었다. 그런데 그를 더욱 불안하고 답답하여 못 견디게 만든 것은 그 것이 악몽이라는 뚜렷한 인상 밖에는 그 꿈의 내용을 도무지 기억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왕은 "마음이 번민하여 잠을 이루지 못한"채(2:1) 뜬 눈으로 아침을 맞았다. 즉시 왕의 보좌관들이 불려오고 바로 이러한 일을 위해 있는 전문가들, 박수와 점성가들과 점장이와 갈대와 술사들이 잇달아 들어왔으며 종교의 지도자들, 바벨론 대학의 교수들이 속속 초치되었으나 이 악몽의 진상은 고사하고 윤곽도 밝힐 수가 없었다. 오히려 자신들의 권위를 손상시키지 않으려는듯 "세상에는 왕의 그 일을 보일 자가 하나도 없으므로 크고 권세 있는 왕이 이런 것으로 박수(magician)에게나 술객(astrologer)에게나 갈대아 술사(Chaldean)에게 물은 자가 절대로 있지 아니하였나이다. 왕의 물으신 것은 희한한 일(a rare thing)이라 육체와 함께 거하지 아니하는 신들 외에는 왕 앞에 그것을 보일 자가 없나이다 "(2:10, 11)라고 변명함으로써 가뜩이나 번민하던 왕은 "이로 인해 진노하고 통분하여 바벨론 모든 박사(the wise men)를 다 멸하라"(2:12)는 명령을 내리기에 이른다. 참으로 난처한 일이었다.
때마침 이러한 중대 어전(御殿)회의에 초청받지는 못했지만 20세를 갓넘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 지혜의 출중(出衆)함 때문에 볼모의 신분으로 바벨론의 박사 그룹에 속하게 된 다니엘이 왕 앞에 인도되었다(2:14-16). 다니엘과 세 친구의 필사적인 간절한 기도의 응답으로 마침내 꿈의 진상과 해석이 드러났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꿈은 오늘날 세계의 지도자들처럼 느브갓네살 자신이 그렇게도 알기를 원하던 세상의 미래를 예고하는 하나님의 계시임이 밝혀졌다(2:28-30). 그러나 그것은 그의 부푼 꿈을 산산조각낸 악몽이었다. 인간의 꿈을 산산조각낸 역사라는 악몽을 그는 미리 본 것이다.
2. 역사라는 꿈의 진상 (2:31-45)
느브갓네살의 찬란한 꿈을 깨뜨려버린 역사라는 꿈의 진상은 무엇인가. 그의 앞에 펼쳐진 세상의 미래는 각종 쇠붙이(金屬)로 이루어진 보기만 해도 공포가 치솟는 광택나는 거대한 조각신상(彫刻神像)이었다. 머리는 정금, 양 팔과 가슴은 은(銀), 넓적다리는 구리 합금인 청동(bronze), 두 다리는 철, 그리고 발과 발가락은 철과 진흙 옹기로 된 복합 신상이었다. 예언의 명의(名醫) 다니엘 선지자는 세계 역사를 집도(執刀)하는 느브갓네살에게 역사의 해부학(解剖學)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일 후에 난데 없이 큼직한 자연석(自然石) 하나가 나타나 신상의 발을 강타하자 굉음과 함께 신상은 부서져 가루가 되고 그 대신 돌로 이루어진 태산(泰山)이 들어서지 않는가? 약관의 다니엘이 경탄과 비탄으로 표정이 굳어진 느브갓네살 대왕 앞에서 서구 역사의 브리핑을 마치며 확신에 찬 어조로 "크신 하나님이 장래 일을 왕께 알게 하신 것이라 이 꿈이 참되고 이 해석이 확실하니이다"(2:45)라고 선언한지 2500여년이 지났다. 그 동안 서구(西歐)의 역사는 한 치도 어긋남이 없이 그 조각 신상을 머리에서 발 끝까지 재연(再演)하는 과정 바로 그 것이었다.
가. 금 나라-신바빌로니아 (Neo-Babylonia; 605-539 BC)
「왕이여 왕은 열왕의 왕이시라 왕은 곧 그 금 머리니이다」(2:18-36).
신상의 정금 머리는 느브갓네살이 다스리는 바벨론으로 지적됐다. 그 때로부터 천년 전 쯤에 바벨론을 세계적인 도시로 만든 바 있는 아모리 왕 하므라비(Hammurabi·1728-1686 BC)대왕의 영광이 서려진 옛 터전 위에 느브갓네살은 "고대 세계에서 그 능력과 영광을 비길 데가 없는"도시로 만들어 놓았다. 바벨론은 고대 세계의 금덩이로 여겨졌으며 금잔이라고도 불려졌다(렘 51:7, 사13:19). 느브갓네살은 바벨론을 영원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사람이 할 수 있는 방비를 다했다. 현대 고고학에 의해 밝혀진대로 안 쪽은 두께가 약 12피트가 되는 벽과 바깥 쪽은 두께가 약 22피트나 되는 내성가(內城街)를 두른 이중 성벽도 불안하여 또 다시 그 바깥 외곽을 다시 쌓았는데 이 것도 이중 성벽으로 두께가 각각 24 - 26 피트나 되어 사중(四重) 성벽으로 두른 셈이었다. 게다가 내성가와 서부의 신성가(新城街) 주변은 유프라테스의 강물을 이용하여 해자(垓字)를 둘러 파서 외부로부터의 접근조차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앞 장에 첨부된 지도 참조). 이렇듯 주도면밀(周到綿蜜)한 느브갓네살의 황금의 꿈도 그 후 70년이 못되는 기원전 539년에 메대와 페르샤의 연합군에 의해 맥 없이 망하면서 무산(霧散)되고 말았다.
나. 은 나라-메대와 페르샤 (Medo-Persia; 539-331 BC)
「왕의 후에 왕만 못한 나라가 일어날 것이요 」(2:39)
이제 근동 세계는 셈족의 나라 바벨론에서 인도-유럽족(Indo-Europeans)으로 대표되는 야벳 족에 속하는 메대와 페르샤의 통치로 넘어 갔다. 특별히 페르샤의 국부(國父) 키루스(성경의 고레스; Cyrus)는 세계 제패를 위해 그의 종주국(宗主國)의 왕이요 외할아버지이기도 한 메대의 아스티아게스(Astyages)왕에 반역하여 나라를 빼앗으면서까지 하여 마침내 아리안족(Aryans)의 영광인 페르샤 제국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특별히 고대사에서 이미 알려진대로 페르샤의 국력은 최초로 은(銀)을 화폐의 단위로 하여 이룩한 징세(徵稅)제도에 의해 뒷받침되었는데 히브리어도 그 가운데 하나인 셈족어로 "돈"을 의미하는 "케세프"(keseph)는 실제로 "은"(silver)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다니엘서 11장 2절에 예언된 크셀크스(Xerxes; 성경의 아하수에로) 대왕은 부왕 다리우스 대왕(Darius Ⅰ Hystaspes)에게서 물려받은 엄청난 은으로 "그들보다 심히 부요"하게 될 것으로 나타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은 나라인 페르샤의 영광도 겨우 200년에 미쳐 방금 일어난 알렉산더 대왕의 마케도니아-그리스의 말굽에 짓밟히면서 키루스와 다리우스 대왕의 빛났던 은 빛 꿈도 진토에 묻혀 버렸다. 그 엄청난 은(돈)의 힘을 가지고도 헬레스폰트(Hellespont) 해협을 건너 쳐들어 오는 그리스의 침입을 막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메대와 페르샤의 자세한 역사는 다니엘서 5장 부분 참조).
다. 구리제국-그리스 (Greece; 331-168 BC)
「세째로 또 놋 같은 나라가 일어나서 온 세계를 다스릴 것이며 」 (2:39)
마케도니아에 의해 통일된 그리스의 찬란한 헬라 문명을 옷입고 희랍반도를 발판으로 발진(發進)한 야완(Yawan) 자손의 나라인 그리스는(창 10:2) 알렉산더 대왕의 젊음을 불태우며 삽시간에 근동을 뒤덮었다. 아버지 필립 대왕의 선견지명(先見之明)에 의해 학문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384-322 BC)를 개인 교사로 교육받은 알렉산더는 헬라문명의 화신(化身)이 되어 세상을 헬라문명으로 청동처럼 용해(溶解)시켰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구리 제련에 너무나 탁월했기 때문에 거대의 역사가들에 의해 "놋으로 뒤집어 쓴 그리스인들"(brazen-coated Greeks)로 불리울 정도였다.
그리하여 청동(靑銅) 투구, 청동 방패에 청동의 장창(長槍)을 번뜩이며 파도치듯 헬레니즘의 홍수로 세계를 제패한 알렉산더 대왕의 구리 빛 야망도 세상은 정복했으면서 자신은 정복하지 못하여 잇단 폭음(暴飮) 후에 습지열(濕地熱)에 걸려 33세를 일생으로 요절(夭折)함으로써 물거품처럼 꺼져 버리고 말았다(그리스의 자세한 역사는 다니엘서 7장, 8장 및 11장 부분을 참고).
라. 철나라 -로마 (Rome; 168 BC -AD 476)
「네째 나라는 강하기가 철 같으리니 철은 모든 물건을 부숴뜨리고 이기는 것이 철이 모든 것을 부수는 것 같이 그 나라가 뭇 나라를 부숴뜨리고 빻을 것이며」 (2:40)
오색이 영롱했던 큰 물거품 알렉산더 대왕이 졸지에 꺼져 버린 역사의 수면(水面)에는 그의 영광과 웅지(雄志)를 이어 보려는 작은 물거품들이 무수히 떠올라 바야흐로 군웅(群雄)이 할거하는 춘추전국(春秋戰國)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는 동안 저 멀리 서편 이탈리아 반도에 뿌리를 박고 힘을 기른 라틴민족이 그 장엄한 기상을 뻗어 지중해 세계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기원전 168년 6월 22일 알렉산더 대왕의 고국(故國) 마케도니아의 마지막 여맥(餘脈)이 로마제국의 철각(鐵脚)에 짓밟혀 끝장남으로써 바야흐로 세계는 철의 제국 로마가 절구질하는 지중해 세계라는 절구통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고 말았다. 역사가 기본(Edward Gibbons)은 아래와 같이 적절히 서술하고 있다.
「공화국의 군대는 전투에서는 종종 진적이 있었지만, 전쟁에서는 언제나 승리하면서 유프라테스강과 다뉴브강, 라인강과 대양을 향하여 빠르게 진군하여 그 나라들과 왕들을 나타내는 금과 은과 놋의 우상들은 철의 제국 로마에 의하여 연속적으로 깨어졌다.」
500년 이상을 무적(無敵)의 대제국으로 군림한 로마는 영국의 섬들에서 아라비아만까지, 북해에서 사하라 사막까지, 대서양에서 유프라테스강까지 뻗어갔다. 그러나 이전에 로마의 숙적(宿敵)이었다던 카르타고가 로마군에 의하여 함락된 후 불꽃 속에 사라져 가는 처절한 모습을 바라보며 로마의 명장 소(小) 스키피오(Scipio)가 호머의 트로이 멸망의 시를 외우며 그 다음 망할 차례는 로마라고 부르짖던 그 한탄대로 그 때가 왔다. 4세기 후반부터 밀려 내려오기 시작한 북방의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과 함께 2,000마일 로마 국경선은 일시에 썩은 울타리처럼 무너지고 그 광대한 영토는 다니엘서의 여부가 없는 예언대로 열 토막이 났다. 이리하여 영원히 망할 것 같지 않던 세계사의 철각 로마는 수수깡처럼 부러지고 서기 476년 영원할 줄 알았던 제국 로마는 너무도 간단히 새 주인으로 헤룰리(Heruli)의 용병대장 오도아케르(Odoacer)를 맞아들였다. 이제 세상은 열 발가락시대다시는 이전처럼 통일될 수 없는 사분오열(四分五裂)의 열국시대(列國時代)로 접어든 것이다. 굽힐 줄 모르고 꺾일 줄 모르던 라틴 민족의 강철 의지도 어거스트 시이저(Augustus Caesar)의 그 영원한 꿈을 이루지 못한 채 한 바탕 백일몽(百日夢)이 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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