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일(일) - 사라진 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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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가고 있을 때에, 보라, 경비병 몇 사람이 성읍에 들어가서 일어난 모든 일들을 대제사장들에게 보고하더라. 그들이 장로들과 함께 모여 의논하고 경비병들에게 많은 돈을 주면서 말하기를 ‘너희는 그의 제자들이 밤에 와서 우리가 자는 동안 그를 훔쳐갔다고 말하라. 만일 이 말이 총독의 귀에 들어가면 우리가 그를 설득하여 너희는 안전하게 하리라.’고 하더라. 그러므로 그들이 돈을 받고 가르침 받은 대로 행하였으니 이 말이 오늘까지 유대인들 사이에 두루 퍼지니라”(마 28:11~15, 한글킹제임스).
예수님의 제자들이 부활 사건으로 어리둥절해 있을 때, 로마의 병사와 유대 지도자들은 시신이 사라져서 난리가 났습니다. 로마 병사들은 우선 예루살렘에 사람을 보내어 무덤에서 일어난 일을 유대 지도자들에게 알렸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예수님의 제자들이 사기를 칠지도 모른다고 걱정한 당사자들이(마 27:63, 64) 도리어 부활 사건을 은폐하려고 사기를 칩니다. 거기다 처음에는 시신을 잃어버리면 곤란하니 잘 지키라고 엄명을 내린 그들이 나중에는 도리어 시신을 잃어버린 걸로 보고하라고 로마 경비병에게 입단속을 시킵니다. 유대 지도자들은 다급했습니다.
경비병들 역시 곤경에 빠졌습니다. 지키라고 명령받은 시신이 없어졌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근무 시간에 잠잔다는 것은 처벌받을 일입니다. 시신을 분실했다고 말해도 처벌은 똑같습니다. 물론 사실대로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로마 관리 중 그런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유대 지도자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처벌을 면하는 것이 상책인 것 같습니다. 뇌물로 받은 “많은 돈”과 시신 분실 사건이 혹여 빌라도의 귀에 들어가면 그를 잘 “설득”하여 뒤탈이 없게 하겠다고 유대 지도자들이 병사들을 회유했던 것입니다. 병사들은 귀가 솔깃하여 제안을 따랐습니다.
병사들이 속임수에 동조했다고 전하면서 마태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말이 오늘날까지 유대인 가운데 두루 퍼지니라.” 실제로 이 이야기는 사도들이 사망한 이후에도 오랫동안 계속 유포되었습니다. 순교자 유스티누스(100~165년경)는 2세기 중엽에도 유대인들이 여전히 이 거짓말을 퍼뜨리고 다녔다고 기록했습니다.
물론 유대 지도자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좁았습니다. 끝까지 거짓말을 늘어놓든지, 시신을 찾아보이든지 아니면 예수님의 부활을 믿든지 셋 중 하나입니다. 맨 마지막 선택 사항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테고 시신은 찾지 못했으니 남은 것은 거짓말을 하는 길뿐입니다.
진실을 피하려고 애쓰다가는 결국 정신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망가지게 됩니다. 그들에게는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언제나 우리를 자유 하게 하는 것은 결국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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