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한 바보
한올김수길
별꽃 내리꽂혀 헤매는 밤
몰래 꺼내봅니다.
한 사람이 있습니다.
꼭 안아주고 싶은 사람입니다.
다가가 감싸주기엔 너무 작고 보잘것없는 가슴이지만
그냥 껴안아주고 싶은 사람입니다.
가진 것 없어도 무언가 주고 싶은 사람입니다.
아주 자그마한 마음이지만
혹시나 당황하여 도망갈까 두려워
아직 주지는 못했습니다.
한 사람이 있습니다.
너무나 조용한 사람입니다.
어쩌면 아물지 않은 아픈 추억 감추려
더욱 고요한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잔잔한 미소 가득하지만
행여나 생살 돋아 가려진 슬픔
아프게 다시 살아날까 두려워
마음의 창문 굳게 잠가버린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사람이 있습니다.
낯설지 않은 모습의 사람입니다.
내 빈자리에 그 모습 머문다고
그 사람에게 날 바라다봐 주길 원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내 안에 머무는
고요한 미소
어느 때라도 꺼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행복한 바보가 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