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셨는지요.
어느덧 10월의 문턱에 들어서네요.
올해는 세월호 침몰, 미국의 시리아 공습, 서아프리카의 에볼라까지 전대미문의 사건이 꼬리를 물었던 한 해입니다.
주님이 오실 날이 그만큼 가까웠다는 이야기이지요.
주의 영원한 복음이 온 세상에 전파되어 어서 하늘에 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소식은 새 개척지 마람보 방문이야기입니다.
조금 긴 이야기입니다만 너무나 받은 은혜와 섭리가 커서 함께 나누고자 하오니 꼬옥 읽어봐 주시기 바랍니다.
어느 늦은 오후,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아루샤에서 9시간 걸리는 롤리온도(Loliondo)의 지역장 음곤자(Mgonja) 목사님께서 저희를 만나기 위해 연합회를 찾아와 전화를 주신 것입니다. 사전에 아무런 연락도 없었고 오신다 해도 당일 만날 수 있을 거란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그 먼길을 달려 오신 목사님은 자리에 앉자마자 이야기를 털어 놓으셨습니다.
롤리온도 지역에 교회가 한 곳, 개척지 다섯 곳이 있는데 그 중, 마사이(Masai)와 손조(Sonjo)부족들이 거하는 마람보(Malambo)라는 지역에 평신도 사역자를 파송하고 교회를 건축하는 일을 도와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본인도 술과 마리화나로 병든 청춘을 보냈지만 뒤늦게 극적으로 하나님을 만났고, 그 후 평신도 사역자로 일하다 몇해 전 목사로 부르심을 받았다면서 "주께서 맡기신 이 지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라는 간절한 열망을 피력하셨습니다.
사실 이미 13명의 사역자와 여러 명의 학교 교사들을 지원하고 있고, 미전도종족을 위한 개척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다시 이렇게 먼 오지로 사역자를 파송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영혼들에 대한 사랑과 맡겨진 지역에 대한 열정,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뚝심만으로 이곳까지 달려오신 목사님의 요청을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크리스토퍼 메푸코리(Christopher Mepukori)라는 마사이 출신 사역자를 1년간 지원하는 것에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실 것을 믿고 함께 기도한 후 헤어졌습니다. 다음날 오후 롤리온도로 돌아가시는 목사님 편에 목사님과 크리스토퍼 사역자를 위한 두 대의 자전거를 선물로 드렸습니다.
드디어 지난 안식일(9월 27일), 에쉬케쉬, 엔다가우, 야이다치니, 도망가, 키쿰비 지역에 이어 여섯 번째 미개척지(미전도종족들이 사는 한번도 복음이 들어간 적이 없는 사역지)가 된 마람보 지역을 찾게 되었습니다. 전날 오후 2시간을 달려 키공고니라는 지역에서 하룻밤을 잔 후 다음날 새벽같이 길을 나섰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대평원, 저희의 주 사역지인 광야 에쉬케쉬는 저리 갈 정도의 훨씬 멀고 험한 길이 끝간데 없이 펼쳐졌습니다. 탄자니아의 그랜드케년이라 할만한 대협곡과 어머어마 무시무시한 분화구가 나타나질 않나, 군데 군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이 흐르질 않나, 구멍이 숭숭난 기이한 잿빛 소금돌과 죽은 물고기들이 떠다니는데 맛은 끔찍하게 짠 시냇물이 흐르질 않나, 게다가 정상이 눈으로 덮인 기묘한 하나님의 산, 올도뇨 렝가이(Oldonyo Lengai-마사이어로 하나님의 산이라는 뜻인데 이곳은 세계 유일의 나트로카보나타이트 화산입니다)며 네트론 호수(Lake Natron- 여기서 Magadi라고 하는 소금광물을 캡니다)까지 그 절경과 풍광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놀라웠습니다(인간의 말로도 다 표현할 수가 없고, 작은 카메라의 렌즈가 다 잡아 낼 수 없는 광경입니다, 게다가 차가 너무 덜컹거려 사진도 찍지 못했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곳은 시리아 북부에서 동아프리카 모잠비크까지 장장 5,000km를 가로지르는 그 유명한 대지구대(The Great Rift Valley)에 해당되는 곳으로 수많은 휴화산과 활화산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최고봉인 킬리만자로 역시 이 지구대에 속하는 대표적인 휴화산입니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 보지 못했던 화산지대의 광경이 펼쳐진 것입니다.
드디어 비포장 길만 5시간을 걸려 먼지와 모랫바람을 뒤집어 쓴채 차에서 내렸습니다. 등짝은 두드려 맞은 듯이 아프고, 목은 목각인형마냥 까딱 부러져 나갈 듯하고, 머리와 속눈썹까지 모래에 젖어 허연데다 입고 있던 양복은 흙이 들어와 말할 수 없이 무거웠습니다. 말그래도 전령의 모습으로 새 사역지에 나타난 것입니다. 비포장 길에 차는 얼마나 튕기고 덜컹거리는지 차 뒤쪽에 붙은 스패어 타이어는 용접부분이 떨어져 나가 수 미터 뒤에 떨어져 도로 위를 뒹구는데 그 소리를 뒤늦게 깨닫고 타이어를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우여곡절, 하나님의 은혜로 안식일 예배 시간에 맞춰 도착하여 준비한 말씀을 전했습니다. 원래 마람보 지역은 10명의 새로운 구도자들과 사역자가 나무 밑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지만, 이 날만은 저희들이 온다고 롤리온도 지역장 목사님께서 본인의 교회 성도님들과 함께 차를 빌려 타고 마람보까지 와주셨습니다. 나무 그늘을 의지해 의자를 놓고 함께 예배 드리는 안식일 모습 속에서 마람보 지역 주민 5,000명에게 주의 복음을 전하고자 달려오셨던 목사님, 주변의 성도들, 사역자, 그리고 마람보의 새로운 영혼들까지 이들 모두의 풋풋하고도 거룩한 열성을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직 교회 땅도 구비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곧 마람보 시내에 적게 나마 땅을 구입할 예정이고, 롤리온도의 모교회와 힘을 합쳐 새 예배당을 건축하기 위해 헌신할 예정이라 합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지요.
이런 오지에 새로운 집회소를 개척할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요.
어떻하지, 어떻게 사역자를 파송하고 교회는 어떻게 짓지?
어떻게?
발만 동동 구르는 저희와는 달리 하나님께서는 여기에 대한 모든 답을 이미 가지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3년이 되어 가는 탄자니아 개척 사역 속에 저희들이 알게 된 것이 이것입니다.
"차 목사, 다 준비되었네. 가보게"
하나님 말씀하시면
우물쭈물 하지 않고 "네" 하고 가면 되는 것입니다.
롤리온도 목사님이 다녀가신 후 미국 BMW 재무장로님께서 갑자기 돈을 보내오셨습니다.
1,860달러.
1년간 마람보 지역에 크리스토퍼 사역자를 지원하기에 충분한 금액이었습니다.
그럼 마람보 교회 건축은요, 하나님?
지난 22일, 고향합회인 호남합회 홈페이지에 "탄자니아 선교자금 마련 도농 바자회/ 식당"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깜짝 놀라 읽어보았지요. 11월 9일에 있을 도농 페스티벌에 호남합회 여성협회에서 주관하는 바자회와 식당의 수익금을 탄자니아 교회 건축 선교자금으로 사용하시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얼마나 놀라운지!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저희는 여성협회 임원분들과 마람보 교회에 대해 상의한 일도 없고, 마람보 지원에 대해 어느 누구에게도 지원을 요청한 일이 없는데 하나님께서는 여성협회 임원분들의 마음을 움직이셔서 탄자니아 고아후원도 아니고, 학교 운영도 아닌 정확히 '교회 건축 선교자금'을 위해 건축비를 마련하실 거라는 사실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위대한 스토리텔러(Storyteller)!
하나님과 함께 이 사역에 동참해 주셔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주시는 미국의 후원자님들과 한국의 후원자님들, 그리고 호남합회의 여성협회와 모든 고향의 목사님들, 성도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이곳 마람보 지역을 위해 많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또 찾아뵙겠습니다.
차성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