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교 할아버지, 이번 크리스마스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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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초, 미국의 김종식 장로님으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미국과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 가족이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서로 선물을 주고 받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 대신, 목사님이 운영하고 있는 영어교실의 학생들에게 작은 선물을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손자들에게도 할아버지의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이 없는 이유를 잘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문자를 확인하며 가슴 한 켠이 뜨거운 뭔가로 뭉클해 옴을 느꼈습니다. 제 동생이 살고 있는 스페인도 그렇듯 미국 역시 크리스마스는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사랑을 나누는 큰 명절로 알고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현재 저희 레마라 영어교실에는 30~40명 남짓한 아이들이 일요일 오전마다 공부를 하고 있고, 올해 초 개원한 두 번째 렝기자베 영어교실(미국 버지니아 박명숙 성도님의 도움으로 용기 내어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에도 30명 가량의 아이들이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교실을 찾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영어교실을 운영하면서도 아이들에게 연필 세트 한번 사준 적이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쥬스, 사탕, 연필, 혹은 만다지(Mandazi, 탄자니아 전통 도넛)를 나누어 줄 뿐이었지요.
저희들은 장로님의 세 자녀들이 보내온 가족의 후원금으로 이곳 아루샤 문방구에 가서 원 없이 연필, 싸인펜, 볼펜 세트 100개(혹시 몰라 넉넉히 준비했습니다)를 준비하고 다양한 펜, 색연필, 자(ruler), 공책, 버블(bubble) 등 다양한 문구류와 장난감 구비도 마쳤습니다. 시장에 있는 도매상을 찾아가 초콜릿 비스킷, 코코넛 비스킷, 옥수수 스넥, 막대사탕, 쥬스도 넉넉히 구입했습니다.
드디어 지난 12월 21일 일요일은 레마라 영어교실 아이들을 위해 바로 어제 12월 24일은 렝기자베 아이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습니다.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레마라 교실을 찾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 3년간 한 번이라도 저희 교실을 다녀간 아이들은 이날 거의 빠짐없이 출석을 한 것입니다. 80명 가량의 아이들이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다 교회 안으로 들어서는 저와 차 목사를 보자마자 우루루 달려와 품에 매달리며 얼굴을 비볐습니다.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몇 가지 영어율동을 같이 한 후 먼저 크리스마스가 어떤 날인지를 설명해 주기 위해 가져간 성경 그림책 ‘아기 예수님’편을 읽어 주었습니다. 세트로 준비한 선물은 참석한 친구들 모두에게 나누어 줄 것이지만 과자나 다른 문구류들은 말씀 후, 퀴즈를 통해 정답을 맞힌 친구들이 받을 스티커로 교환하게 될 거라고 미리 말해 두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퀴즈 한 개를 맞히면 스티커 한 장을 받게 되고, 그 스티커로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 하나를 맞교환 하는 것입니다. 그랬더니 아이들은 한 말씀이라도 놓칠세라 귀를 쫑긋 세우고는 모두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습니다. 아기 예수님에 대한 퀴즈 뿐만 아니라 간단한 영어 스펠(Spell)문제며 스와힐리어 문장을 영어 문장으로 즉석 번역하기 등을 내자 아이들은 저마다 손을 들고 손가락을 맞부딪히며(이곳 탄자니아 아이들은 발표를 할 때 손가락 두 개를 부딪히며 독특한 소리를 냅니다) 본인을 시켜 달라 애원(?)을 했습니다.
흥분의 도가니와 같던 퀴즈 타임과 선물교환 시간을 모두 마친 후, 지난 3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비디오(미리 준비해 간 영상)를 함께 보았습니다. 사라와 로즈를 처음 만난 그 날부터 레마라 영어교실을 처음 시작한 날, 그리고 중간 중간 수업 영상이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눈앞에 스쳐가는 시간들을 되새기며 우리 모두는 잠시 추억에 잠겼습니다. 아이들에게 지난 3년간 함께 해주어 너무나 고맙고 정말 사랑한다는 말로 순서를 마치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교환한 선물들을 품에 안고 귀가 하는 아이들과 한 명 한 명 인사를 나누며 내년 1월 둘째 주, 다시 열리는 영어교실에도 꼭 오라고 부탁했습니다.
어제, 렝기자베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는데요. 어제는 특히 하루 종일 비가 내려 필요한 문구류를 사가지고 렝기자베까지 가는 길에 참 애를 먹었습니다만 우리 은하와 은총이 말마따나 ‘산타’가 되어 선물을 나누어 주는 그 기쁨이란 모든 피곤함과 어려움을 말끔히 씻어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한 가족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저희 탄자니아 두 곳의 영어교실 학생들 110명에게 아낌없이 전달되었습니다.
붉은 볼과 솜털이 보드라운 아가의 모습으로 마굿간에서 우리 인류에게 나타나신 예수님. 그분의 그 사랑을 나누어 주신 장로님 가족과 영어교실을 위하여 늘 기도해 주시고 후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모든 성도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어느덧 4년을 맞이할 저희 레마라 영어교실과 만델라(Mandela) 영어교사와 엘리샤(Elisha) 사역자의 헌신으로 잘 운영되어 가고 있는 제 2의 렝기자베 영어교실을 위해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Heri ya Christmas!
행복하고 풍성한 크리스마스 그리고 연말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남한의 10배인 탄자니아. 땅은 넓으나 마음은 여러 환경으로 좁아져 있는 사람들,
여러분의 작은 도움이 한 사람을 변화시키며, 한 가족을 주님의 성전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www.pmmintanzan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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