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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탄자니아입니다.

어느덧 11월도 중순으로 흐르고 있네요. 

한해를 마무리 하는 연말, 하나님의 따뜻한 손길이 연초에 계획하셨던 모든 일에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어제 오후, 에쉬케쉬 사역지에서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에쉬케쉬에서 있었던 일들을 하루로 모아 글로 엮어 보았습니다. 

 

청담동보다 살기 좋은 곳 

 

새벽 5시 30

  

작년만 해도 광야 한가운데 덩그라니 텐트를 치고 잠을 잤었는데 그래서 밤새 불어닥치는 바람과 빗소리를 고스란히 느끼곤 했었는데 하이에나가 텐트 주변이라도 어슬렁 거리는 밤이면 왠지 모를 섬뜩함에 이리저리 뒤척이곤 했었는데 이젠 든든한 교회 안에 텐트를 치고 네 식구가 함께 잠을 잡니다텐트 양쪽엔 엄마 아빠가 눕고 가운데에 은하 은총이는 몸을 한껏 웅크리고 잠을 잡니다. 4일간 못감은 네 식구 머리에선 냄새가 말이 아니고손과 발 밖에 못 씻은 탓에 며칠째 땀에 절었던 어깨와 등허벅지는 끈적끈적 달라붙지만 머리라도 뉘일 수 있는 텐트가 있어 감사하기만 하네요시계도 알람도 없는 광야의 아침은 교회 안이 어슴푸리 밝아오는 새벽 5시 30분에 시작됩니다

  

아침 6시 30

  

둥근해가 떠오르기도 전교회를 찾은 바라바이크 아이들그리고 에쉬케쉬 가족들(두 사역자 가정)과 함께 예배를 드립니다. 2년 전이곳 광야에 첫 발을 디딘 후 맞았던 첫 날 아침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광활한 땅을 바라보며 벅찬 마음으로 노래했던 '큰 일들을 이루신 하나님께'(Mungu Atukuje)가 저희 에쉬케쉬 광야의 주제곡입니다하나님은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 매일같이 큰 일들을 이루어 가고 계십니다광야에서의 아침은 이 찬미를 힘차게 부르며 시작합니다

  

아침 7

  

'여긴 가시나무 밖엔 자라질 않아에쉬케쉬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하는 말입니다낮에는 태양이 작열하고밤엔 이가 부딪힐 정도로 바람에 세찬 이곳에서 가시나무라도 잘 자란다는 건 감사한 일일 테지요가시나무는 사람들의 집과 집을 구분하는 울타리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하지만 퍽퍽한 이 광야에 뾰족뾰족 찌를 듯한 가시나무만 자란다는 생각을 하고 있자니 안그래도 건조하기 이를데 없는 에쉬케쉬가 너무 삭막해 보였습니다그래서 우린 교회 앞엔 꽃나무를 심고 교회 뒤뜰엔 파파야 세 그루와 망고 나무 한 그루를 심기로 했습니다파파야는 5개월만 지나면 열매를 먹을 수 있다고 하네요건조한 땅에서도 아침 저녁으로 조금씩 물을 주면 제법 잘 자란다고 하니 참 고마운 마음마저 듭니다은하와 은총이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새로 심은 묘목에 물을 주었습니다이제 곧 생명이 자라 그 열매를 나누어 먹을 생각을 하니 뭔지 모를 희망이 불끈 솟아오르는 것만 같습니다

  

아침 8시 

  

곡식 가루를 풀어 죽을 만들고 사온 빵을 적셔 먹은 후가볍게 아침 식사를 마칩니다사역자 집에서 밥을 먹는데 벽에 왠 종이 박스들이 실에 걸려 매달려 있습니다꼬꼬꼬꼬알을 품은 닭이 방해를 받지 않고 출산(?)을 할 수 있도록 벽에 박스를 달아 암탉을 한 마리씩 넣어 놓은 것입니다문제는 이 암탉들을 새벽녂에 풀어 놓는데 이 녀셕들꼭 우리가 밥을 먹고 있을 때 박스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야단입니다발 밑으로 암탉 한 놈이 후다닥 거리며 오더니 의자를 타고 박스 안으로 휙 올라가 앉습니다꽥꽥 소리에 날리는 닭털까지참 희한한 광경입니다설겆이는 제 몫인데요이제 웅덩이에서 퍼올린 물로 대야 두 개를 가득 채운 후설겆이를 시작합니다쭈그리고 앉아 다 먹은 접시와 컵들을 뭔가 석연치 않은 거무스름한 물에 담가 나름 가루비누에 풀어 씻고옆에 대야 물에 휙휙 헹구어 또 다른 대야에 차곡차곡 세워 놓으면 설겆이가 다 된 것입니다이곳 사람들이 쓰는 웅덩이 물로 설겆이를 하고 밥을 해도 위장에 탈이 나지 않는 걸 보면 하나님께서 내장기관에 한 마디 하신 것 같습니다. '얘들아너무 놀랄 것 없다위액너는 해가 될 만한 것 다 녹여라너도 마찬가지고.' 

  

아침 10시 

  

남편은 사역자들의 집에 태양열을 이용해 전구를 하나씩 달았습니다개척 2년 만에 처음으로 전기를 들여놓게 된 것입니다그동안 솔라렌턴(태양열 손전등)만으로 밤을 버텨왔는데 사역자 가정에 아기가 태어나면서 전기가 꼭 필요한 상황이 되었습니다그리고 작은 DVD 플레이어를 통해 목사님들의 설교나 합창단의 노래들을 바라바이크 사람들에게 보여주게 되면서 이 기기를 꼭 충전해야 하는 일도 생겼습니다불이 들어오는 방안에서 행복해 하는 사역자 가족들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밀려옵니다

  

오전 11시 

  

바라바이크 아이들이 교회로 옵니다오늘 날짜도 모르고무슨 요일인지도 모르고자기 나이가 몇 살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에쉬케쉬 공동체에서 저희 교회에게 학교를 열어달라고 부탁을 하였습니다아직은 학교를 지을 수 있는 여건이 안되기에 일단은 작은 교회학교를 열어 스와힐리어 수업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오늘은 그 첫 날로 아이들에게 풍선을 불어 각자의 이름을 써 주고, A,B,C를 가르치기에 앞서 선을 긋는 연습부터 시켰습니다연필을 잡는 연습조차 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이지만 언젠가 글씨를 쓰고 성경을 읽는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아이들을 가르친 후잠시 쉬고 있는데 아밀리아제 아줌마 아이들 두 명이 저만치서 걸어오네요손에 달걀 한 개씩을 가지고 먼지가 날리는 뜨거운 광야길을 걸어왔을 요 조그만 아이들이 제 손에 달걀 두 개를 쥐어 줍니다제 귀에 '바디스조드(Badisjode, 고마워요)' 속삭이는 아이들이 사랑스러워 눈물이 핑 돕니다이 맛에 광야를 옵니다

  

같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작년 에쉬케쉬에 들어 올때 꽤 비싼 돈을 주고 장막을 만들었습니다그 장막 안에서 텐트를 치고 살았지요그런데 지난 7한 부족원이 장막 천을 갈갈이 찢어 버린 후 텐트 구조물은 더 이상 쓸모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저걸 어떻게 다시 활용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바라바이크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그늘막을 만들면 좋겠다고 남편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마침아루샤 집 뒤 뜰에 아프리카 생활에 적적해 하는 은하와 은총이를 위해 미리 만들어 놓았던 미끄럼틀이 하나 있었습니다이왕이면 바라바이크 아이들과 함께 타면 좋겠다 싶어 3주 동안 휘어 지고 칠도 다 벗겨진 장막 틀을 다시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남편은 용접할 부분들은 다시 용접을 하고철 봉 몇 개를 더 구입해 맞추고에쉬케쉬에 가서 바로 조립할 수 있도록 드릴로 구멍을 일일이 뚫어 조립 부위마다 숫자를 새겼습니다칠이 벗겨진 틀은 다시 깔끔하게 녹색으로 칠했습니다그런 후 가져온 텐트 뼈대를 조립하고 끼우고 세웠습니다얼마나 무거운지 여자인 저까지 합세하여 구조물을 들어 올렸습니다그런 후아이들이 놀때 뜨거운 태양을 피할 수 있도록 지붕에 철판도 깔았습니다미끄럼틀을 세우기 위한 작업은 다 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그늘막은 완성이 되었습니다저녁 무렵미끄럼틀을 붙들고 아이들을 잠시 태웠더니 참 좋아하네요교회 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미끄럼틀로 달려나와 신나게 놀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집니다

  

오후 4시 30

  

잠시 쉬러 들어온 남편의 가슴 위에 가브리엘 사역자의 5개월 된 아들아마니(Amani)를 올려놓았습니다은하 은총이가 갓난 아기였을 때 한 아이는 제가 안고한 아이는 남편의 가슴에 올려 놓곤 했었지요신기하게도 아마니는 낯선 아저씨의 가슴 위에서 조용히 잠이 들었습니다마치 아마니가 저희 아이가 되고저희는 그의 부모가 된 듯 했습니다바라바이크 아이들에게 그런 부모그런 이웃그런 친구가 되어 주고 싶습니다

 

오후 5

오늘 저녁 메뉴는 닭도리탕입니다먹을 것도 변변치 않은 광야에서 돌이 섞인 우갈리(옥수수 가루 반죽)와 차이(, tea) 정도만 먹으며 살고 있는 가브리엘과 조셉두 사역자 가정을 위해 오늘 특별히 닭 두 마리를 샀습니다서울에서 나고 자란 저는 마트 냉장고 안에 조용히 누워있는 흰 닭만 봤던 터라닭이 죽는 처절한 광경은 이날 처음 봤는데요칼로 목을 자른 후끓여 놓은 물에 닭을 담궈 털을 다 뽑고내장이며 쓸개들을 분리해 내는 모습이며눈알과 발톱만 빼고 모조리 냄비에 넣어 끓이는 모습을 보니 붉은 닭벼슬과 빠진 눈자위그리고 동강난 몸뚱아리를 드러낸 닭이 정말 불쌍해 보였습니다그래도 사역자 가족들이 모처럼 맛나게 저녁을 먹는 모습을 보며 엄마 앞에서 밥을 먹는 내 모습을 보는 듯 했습니다많이 드세요그리고 힘 내세요

  

저녁 6시 

  

몇 가정을 방문하러 나섰습니다갑돌리나 아줌마네셀리나 아줌마네네마네그리고 에쉬케쉬 부족장님의 집까지일부러 아루샤에서 사가지고 온 마칸데(마른 옥수수)를 1kg씩 봉지에 담아 길을 나섰습니다지난번 물탱크 설치할 때 왜 안왔느냐고 보고 싶었노라고 어깨를 다독이는 아주머니들이제 이 광야에 나의 안부를 묻는 친구들이 생겼습니다광야는 더 이상 척박하고 아무것도 없는 땅이 아닙니다나는 그들의 안부가 궁금하고그들은 내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어떻게 지내나 알고 싶고아루샤에 있으면 광야가 그리운 건그곳에 친구들이 살기 때문입니다나를 향해 마음을 열어준 갑돌리나셀리나그리고 네마수줍은 듯 계란 8개를 봉지에 넣어 교회까지 찾아온 크리스티나나의 모든 친구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습니다고마워요

  

저녁 8시 

  

이제 다시 텐트 안으로 들어가 몸을 뉘입니다오늘도 고단했던 하루지만 행복했네요하나님이 계셔서 그리고 바라바이크 사람들 때문에 행복했습니다한국의 부촌청담동도 부럽지 않은 이유광야에서 느끼는 이 풍요로운 감사와 행복은 하나님께서 선교지에 부어주시는 특별한 축복입니다

 

 

벌써부터 광야가 그리운 저녁입니다. 

 

편안한 주말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차성원, 최송화 드림

 

 PMM 탄자니아선교사 차성원 

Email: 21job@hanmail.net
www.pmmintanzania.com.

남한의 10배인 탄자니아. 땅은 넓으나 마음은 여러 환경으로 좁아져 있는 사람들, 
여러분의 작은 도움이 한 사람을 변화시키며, 한 가족을 주님의 성전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www.pmmintanzan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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