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교 2015년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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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
은행에 다녀온 후, 집 앞에 주차를 하는데 낯익은 사람이 우리 부부를 알아보고는 손을 흔듭니다. 전날 밤 10시에 출발하여 밤새 달려온 에쉬케쉬(Eshkesh)의 가브리엘(Gabriel) 사역자가 가장 먼저 아루샤(Arusha)에 도착했네요. 가브리엘은 바라바이크(Barabaiq) 부족을 위해 일하고 있는 사역자입니다. 다음으로는 케냐-탄자니아 국경 근처의 카라오(Karao)에서 마사이(Maasai) 부족 사역을 하고 있는 살레피(Salepi) 사역자가, 뒤를 이어 세계 최대 분화구인 응고롱고로(Ngorongoro)를 한참 지나서야 나오는 마람보(Malambo)에서 손조(Sonjo) 부족을 섬기고 있는 크리스토퍼(Christopher) 사역자가 속속 도착했습니다. 마침 점심시간, 접시 마다 가득 가득 흰쌀밥을 얹고, 며칠 전 만든 무말랭이에 가지무침을 담아 가져다 드리니 가브리엘 사역자 하는 말, “우나 요 김치?(Unayo Kimchi?, 김치 있어요?”) 새빨간 김치도 정말 잘 먹는 우리 사역자들, 이제는 한국 사람들 다 되었습니다.
저희와는 일한 지 길게는 3년 반에서 짧게는 1년 남짓 되는 사역자들이지만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처음인지라 서로에게는 초면인 상황. “우나 토카 와피?(Una toka wapi? 어디서 오셨나요?)” “나 토카 키쿰비(Natoka Kikumbi. 키쿰비에서 왔어요).” “나 파함. 음발리 카비사(Nafaham. Mbali Kabisa. 아, 거기 알아요. 정말 멀리서 오셨네요)” 탄자니아 동북부 전역에 점점이 흩어져 일하는 사역자들 중에서도 그야말로 동쪽 끝, 인도양을 낀 도시 탕가(Tanga), 탕가에서도 다라(Dalaa)라는 구불구불한 산맥을 넘어야 도착할 수 있는 키쿰비의 알파요(Alphayo) 사역자가 도착하자 저마다 오지에서 일하고 있다고 자부하던 우리 사역자들, 뜨악 놀라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붙들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
바라바이크, 하자베(Hadzabe, 부시맨), 마사이, 손조 그리고 이산주(Isanzu) 등 원시 부족 개척 사역을 해 온지도 어느덧 4년째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개척하랴 교회 지으랴 마냥 분주했던 각 교회들이 말씀과 기도로 내실화된 교인들, 자신의 몸처럼 교회를 섬길 수 있는 참 제자들을 길러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작년 초부터 특별히 선교지의 내적 성장을 위해 기도해 오던 중이었는데 마침 지난 10월, 에드벤티스트 월드(Adventist World)라는 간행물을 통해 다음의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2011년, 케냐 엘도렛(Eldoret)에서 한 평신도 부부가 작은 기도 모임을 시작했는데 그 모임이 점차 100명, 150명, 300명 급기야 올해는 400명까지 커지더니 올해 7월, 기도의 결과로 16명의 개신교회 목사님들이 침례를 받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오직 기도를 통하여 성령께서 강력히 역사하신 결과라는 것입니다. 기사를 읽으며 그간 해온 기도의 응답 역시 오직 ‘기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올해가 가기 전, 16명의 사역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도하고 특별히 새해에는 교회의 교인들, 주변의 사역자들 나아가 지구(district)별로 정기적인 기도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계획을 짜기 위해 12월 29일, 사역자 전체 모임을 계획한 것입니다.
드디어 모임이 있던 날인 당일 아침, 인터넷에서 케냐 엘도렛 기도 모임에 대한 기사를 출력했습니다. 그리고는 ‘여보, 오늘 오후 시간에 이 기사를 잠시 소개하고 싶은데 어때요?’ 했더니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하는 말, ‘5분 안에 끝내.’ 남편의 대꾸에 순간 기분이 착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기도를 위한 모임이라지만 4년 만에 처음으로 갖는 사역자 전체 모임인 만큼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여러 순서가 꽉 차 있긴 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아침밥을 준비하며 ‘하나님, 이 중요한 날 다윗처럼 엘리압과 싸우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많이 속상하네요.’ 하고 중얼거렸습니다. ‘그래. 사역자 영상 만드느라 새벽 1시에 잤으니 피곤하기도 할 테고, 순서가 많으니까 짧게 하라는 건 당연한 거겠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정하게 말을 걸고 싶었는데 막상 식탁에 마주 앉아서는 괜스레 애꿎은 창문 너머 나무만 흘겨보게 되었습니다.
상을 치운 후, 부엌에서 나오는데 화장실에 다녀온 남편이 “여보, 미안해. 늦게까지 영상을 만들긴 했는데 손봐야 할 곳이 눈에 띄어서 마음이 급해서 그랬어. 중요한 날이어서 긴장도 되고. 오후에 기도에 대한 순서 잘 쓰도록 해요.”하며 다독였습니다. 곧이어 사무실에서 저희 일을 돕는 청년도 출근을 했습니다. 저희 세 사람은 오직 성령께서 임재하시고 제어하시는 하루, 그런 모임이 되도록 도와주시길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부족한 선교사 부부가 티격태격하다 실족하지 않도록 도와주신 하나님, 흘겨볼 줄만 알지 먼저 다가갈 줄은 모르는 아내에게 말을 걸어준 남편. 끝내 붙잡아 돌이키게 하시는 그 손길이 아니라면 매분 매초 고꾸라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신 하나님께 참으로 감사한 아침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저는 부족하지만, 사역자들 역시 나약하지만 성령과 동행하는 가운데 함께 기도하며 일할 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방향대로 인도하심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또 하나의 응답이었습니다.
4년 만의 첫 모임
모임은 저희 부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질서 정연하며 은혜로웠습니다. 북 탄자니아 연합회장이신 레쿤다요 목사님께서는 이사야 52장 7~10절의 말씀을 주시며 ‘복음을 전하는 자들은 고생이 많지만 끝내 그 열매는 달 것입니다(카지 니 은구무 라키니 타무, Kazi ni ngumu lakini tammu)’라며 격려해 주셨고, 북동부 탄자니아 합회의 선교부장이신 마요 목사님께서도 목회자가 되기 전 사역자로 봉사했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실제적인 조언들을 들려주셨습니다.
식사 후에는 연합회를 처음 찾은 여러 사역자들과 함께 ‘연합회 투어(tour)’에 나섰는데요. 16명의 저희 사역자 중에서는 이 날, 레쿤다요 연합회장님을 처음 만난 사람, 아루샤에 있는 북 탄자니아 연합회를 처음 와 본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에 목회실 비서이신 체킹고(Chekingo) 선생님께서 저희 사역자들을 안내하여 연합회 곳곳의 사무실들과 강당 등을 보여주셨는데요. 매 설명마다 질문까지 해가며 꽃발을 딛고 열심히 사무실을 들여다보는 우리의 순진무구한 사역자들을 뒤에서 따라가며 정말이지 가슴 한 편이 찡해져 옴을 느꼈습니다. ‘사역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전기도 없고, 물도 없는 곳에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일하시는 사역자님들이 있기에 탄자니아 교회가 움직이고 영혼들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오후에는 몇몇 사역자들의 간증이 이어졌습니다. 예수님이 누구신지 알려주고 싶어 밀가루든 소금이든 설탕이든 아끼지 않고 나누어 주며, 마을의 대소사엔 늘 얼굴을 내민다는 이산주 부족 지역의 한도(Handoo)사역자, 1년에 2명이 침례를 받으면 다른 지역에서 20명이 침례 받은 것과 같을 정도로 복음을 전하기가 어렵지만 그만큼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영혼들이 귀중하다는 바라바이크 부족 지역의 가브리엘 사역자, 그리고 신실한 무슬림들인 캄바(Kamba)와 삼바(Samba) 부족, 그리고 마사이(Maasai) 부족이 함께 사는 사역지에서 지금까지는 마사이 대상으로 사역을 했지만 내년 2월에는 캄바와 삼바 부족에게 집중적으로 말씀을 전하기 위해 특별 전도회를 계획하고 있다는 알파요 사역자의 이야기까지... 각기 다른 부족을 대상으로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는 사역자들의 생생한 경험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모임의 주제인 기도에 대하여 아침에 준비한 기사 내용을 함께 나누고 각 지역별로 흩어져 내년 기도 계획을 짜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희 모두는 기도의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공감하고, 개인별로 사역자별로, 또는 교회 내의 소모임을 통해 한마음 한뜻으로 기도하기를 다짐했습니다. 내년 이맘때쯤에는 그 모든 기도에 응답해 주신 하나님에 대하여 간증을 나누기로 했습니다.
돌아가는 시간. 한국에서 보내주신 귀한 후원금(박정희 집사님, 나정원어머님, 그리고 일산영어교회 성도님)으로 준비한 2016년 다이어리와 사역자 자녀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들(각종 학용품), 희망의 소리 성경통신교재들과 두 종류의 책(다니엘과 요한계시록 책), 그리고 모임을 위해 오고 가며 들었을 일절 경비를 넣은 봉투까지 한 아름 안고 귀가하는 사역자들의 모습엔 웃음꽃이 만발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종이며 모든 사람의 종입니다.”(증언 2, 650) 탄자니아의 영혼들을 섬길 수 있도록 종으로서의 특권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한결같은 관심으로 평신도 사역자들을 후원해 주고 계신 고승석 장로님, 장선혜 집사님, 이호상 목사님, 황경숙 사모님, 강기훈 집사님, 노귀환 목사님, 김성원 성도님, 이오기 집사님, 김기곤 목사님, 김문호 장로님, 최상조 장로님 그리고 단기적으로 도움을 주셨던 주효승 장로님, 김용식 교수님, 이복순 집사님, 김중만 장로님, 박지호 집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외방 선교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모든 후원자분들과 탄자니아의 사역을 위해 기도해 주고 계신 모든 성도님들께 하나님께서 이 연말, 풍성하신 은혜로 축복해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새해에도 진실한 그리스도인들이 모여 행복하게 예배드리는 각 선교지들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기도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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