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교 33살 중학생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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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번 만날 수 있을까요?”
핸드폰으로 낯선 번호의 문자가 온 것은 지난 7월 16일의 일이었습니다. 므완자(Mwanza)라는 대도시에 위치한 교단 중학교인 냔자재림중학교(Nyanza Adventist Secondary School)의 한 목사님으로부터 받은 문자였지요. 선교사로 살다보니 여기저기서 이런 저런 이유로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을 종종 받게 됩니다. 먹을 것이나 학비가 없다는 학생, 사역자들의 전도회 자금 요청과 개인적인 부탁들(아이가 아파요 혹은 아내가 아이를 낳아요), 때로는 교회 건축이나 장의자 등을 도와달라는 장로님들까지 그 사연은 끝도 없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문자인가보다 싶은데 어째 한숨부터 먼저 나오네요. 학교라면 또 얼마나 큰 자금을 필요로 할까... 저는 조심스레 답신을 보냈습니다. “사실 저희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몬둘리(Monduli) 학교 건축도 있고 해서 여러 가지로 도와드릴 수 있는 형편이 아닙니다. 어떤 도움이 필요하신지요.” 그랬더니 무조건 “꼭 한번 만날 수 있을까요?” 연거푸 아루샤로 오시겠다는 말씀뿐입니다.
그리고는 두 달 뒤, 교목 목사님, 교장 선생님, 재무 담당 선생님까지 므완자에서 새벽같이 버스를 타시고는 13시간을 달려 기어코 저희가 사는 아루샤까지 오셨습니다. 간절한 눈빛으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시는데 보니 교회 건축 설계도입니다. 학교에 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아직도 교회가 없어 안식일이면 큰 나무 그늘 아래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그나마 우기 철이 되면 이마저도 쉽지가 않아 꼭 교회를 지었으면 하신다는 호소였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지요. 냔자재림중학교의 소식을 접하고 난후, 얼마 안 되어 저희는 우연히 아루샤에 위치한 카나안재림초등학교 7학년 졸업반 학생들의 학비를 돕게 되었습니다(링크 주소를 클릭하시면 http://pmmintanzania.com/220487575432 “내 생애 최고의 기도응답”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하나님의 기이하신 섭리로 졸업시험을 앞두고 학비를 내지 못해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7학년 학생, 7명의 다음과 같은 기가 막힌 기도응답을 듣게 되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자급 사역자로 오래 일하셨는데 어느 날부턴가 정신이 오락가락해지셨어요. 생계를 이어갈 방도도 없고, 제 학비도 낼 수가 없는 처지가 되었지요. 그래도 아버진 하나님만은 잊지 않으셨어요. 학교에 못가는 저에게 하루에 4번씩 기도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그 말씀을 따라 올해 내내 하루에 4번씩 기도했어요. 아버지는 정신을 놓는 날도 제게 이 말만은 꼭 물어보셨어요. ‘너 오늘 기도 몇 번 했니?’ 어제 선생님이 아버지께 전화를 하셨어요. 누군가 학비를 내주니 내일 학교로 다시 오라고요. 아버지는 저를 꼭 안아주셨어요. 그리고는 말씀하셨어요. ‘하나님께서 네 기도에 응답하셨구나.’” -엘나 은구토(Elna Ngutto)-
“선생님이 학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명단을 발표할 때 제 이름도 있었습니다(이때부터 존슨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슬펐어요. 부모님과 저는 매주 수요일이면 금식을 하며 기도했습니다. 산에 가서 장작으로 쓸 나무를 패 시장에 팔아서 학비를 마련해 보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쉽지가 않았어요. 얼마 전엔 할머니마저 쓰러지셔서 병원에 실려 가셨어요. 아버지는 ‘할머니 병원비 때문에 올해는 학교 다니는 게 쉽지 않겠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어제가 수요일이었어요. 집에 있는데 전화를 받으신 아버지가 제게 달려오셨어요. ‘존슨, 오늘 기도하는 수요일이잖니. 하나님께서 기도에 응답하셨다. 누군가 학비를 내주었다는구나. 내일 학교로 돌아가렴.’ -존슨 레드먼(Johnson Ledman)-
이 감동적인 소식이 전해지자 여러 후원자들께서 연이어 생각지도 못했던 후원금을 보내주셨는데요. 그 중에서도 구리에 사시는 한 집사님은 그 달에 직장에 처음으로 입사하셔서 타게 된 첫 월급을 몽땅 탄자니아로 보내주셨습니다. 자금을 모두 모아보니 놀랍게도 냔자재림중학교 교회 건축 기초 공사를 하기에 딱 맞는 금액이 나왔습니다! 섬세하게 일을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인생에게 행하신 기이한 일을 인하여 그를 찬송할지로다”(시 107:8)
33살 중학생이 만드는 벽돌
자금을 송금한 후, 기초 공사가 한창이라는 소식을 듣고는 바로 므완자를 찾았습니다. 과연 탄자니아 전국 100위권 안에 드는 우수한 중학교(전국 재림중학교 중에서는 최우수)라는 게 실감이 날 정도로 학교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잘 정돈된 조경, 밝게 반기는 교사와 직원들, 깨끗하고 반듯한 교복 차림으로 인사하는 학생들.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교단 내에 이렇게 훌륭한 학교가 있다는 것이 가슴 뿌듯하고 기뻤습니다.
학교를 돌다보니 한 쪽에 벽돌을 찍는 기계가 있었는데요. 안내를 해주시던 교목 목사님께서는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위한 일환으로 “Working Program”을 실시하고 있다며 매년 5~7명의 남학생들이 직접 벽돌을 찍어 학교 건물들을 확충하는 것을 돕고, 대신 학비를 면제받는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저희는 그 중에서도 올해 혜택을 받고 있는 남학생 3명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특별히 결혼하여 아내와 세 아이까지 둔 33살의 중학생, 피터 살라살라(Peter Salasala)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만 마치고 옷 제단사로 일하다 재림교인이 되었는데 평신도 사역자로 교회를 섬기다가 신학과에 가고 싶어 늦은 나이지만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이는 많지만 학교에서 물을 길어 나르거나 돌을 깨는 일(큰 돌을 작은 자갈로 깨는 작업), 그리고 벽돌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너무나 감사하다고 미소를 지어보였습니다. 그 외의 두 명의 남학생들도 농사짓는 편부모 슬하에서 늦깎이 공부를 하게 된 19살과 25살의 청년들이었습니다.
사실 기초 공사만 겨우 마친 교회 현장을 보며 어떻게 더 도울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세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만일 이 학교에 이런 벽돌기계가 하나만 더 있다면 더 많은 학생들이 직접적으로 학비를 해결할 수 있고, 뿐만 아니라 하나님 전의 벽을 세우는데 자신들의 손으로 봉사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는 곧 2개의 벽돌을 찍어낼 수 있는 제법 큰 벽돌기계를 도와드리기로 하고 안식일 예배를 마친 후 아루샤로 돌아왔습니다.
방문을 잘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하나님과 세상을 변화시킬 인재를 양성해 가는데 하늘의 지혜로 수고하시는 모든 교직원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모쪼록 냔자재림중학교의 교회가 아름답게 마무리 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카나안삼육초등학교 소식에 이어 마음을 열어 후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권오달 교수님, 권혁민 선생님 가족, 이대영 목사님, 정형심 집사님, 박문호 집사님, 그리고 임순명 집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뿐만 아니라 교회 벽 공사를 위해 벽돌기계를 후원해 주신 김창준 집사님, 강철 집사님, 김용식 교수님, 그리고 의림지교회 성도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나무 아래 예배드리던 학생들이 손수 만든 벽돌로 거룩하게 지어질 교회에서 예배드리게 되는 그 날부터 학교를 졸업하기까지 “두뇌와 뼈와 근육과 마음과 생명을 하나님의 사업에 바치는 사람”(실물 363)들로 자라가길 기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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