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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교 마사이 엄마들, 세상에 첫 발을 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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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렝기자베(Lengijave)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붉고 푸른 천을 휘감은 마사이들이 유유히 소떼를 모는 곳,

구름을 살포시 두른 메루(Meru)산이 내려다보이는 이 작은 마을에

흙먼지가 이는 뿌연 길 위로 물동이를 지고 다니는 마사이 아낙네들이 살고 있습니다.

 

케냐 나이로비로 돈 벌러 떠나버린 남편들은

복잡한 도시에서 하루 종일 신문을 팔거나 부잣집 경비를 서다

처자식 따위는 가볍게 잊어버리고 아예 딴살림을 차린 후

두 번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고요한 마을에 홀로 버려진 엄마들은

희멀건 옥수수 가루라도 얻기 위해 별의별 일을 마다 않습니다.

 

반기(Bangi, 마리화나)를 재배하는 이웃 마을에서 날마다 품팔이를 하는 어떤 엄마.

예수님을 받아들이고 침례를 결심했지만

막상 침례식이 있던 날 아침,

미안해요. 먹고 사는 게 급급해서 마약을 팔고 있는 내가 어떻게 주님께 가요...‘

하고는 서러운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공사현장에서 하루에 서른다섯 번 돌 지게를 지고 죽을힘을 다해 나른다는 어떤 엄마는

하루에 받는 3,500실링($1,6, 1,900)으로는

애들 공책도 옷도 밥도 도저히 사줄 돈이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쉽니다.

 

20년 전, 술만 마셨다 하면 소치는 작대기로 개 패듯 아내를 때렸던 남편은

결국 다섯 아이를 낳은 아내와 아이들을 모두 바깥으로 내쫓아버렸습니다.

아내는 비참한 몰골로 친정에 돌아와

근근이 밭에서 나는 콩으로 목숨은 부지하고는 있지만

부쩍부쩍 자라나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다는 건 꿈도 못 꿉니다.

 

재림교회에서 전도회가 있던 지난 201512.

아이들이 빅토리영어교실(Victory English Bible Class)에 다니면서

종종 얘기하곤 하던 그 교회.

 

엄마들은 그 교회에서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보잘 것 없고 변변치 못한 나이지만

내 새끼 먹일 밥 한 상도 제대로 차려 내지 못하는 못난 엄마지만

있는 그대로 나라는 사람을 사랑해 주시고

곧 저 천국으로 데려가시기 위해 다시 오신다는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그리고는 2015년 마지막 안식일과 2015년 첫째, 둘째 안식일, 세 안식일에 걸쳐

떨리는 가슴의 10명의 렝기자베 엄마들이 침례를 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저희는 그 즈음, 캐나다에서 오실 박창우 장로님 내외를 맞을 준비에 바빴는데요.

이분들은 살기 위해 피눈물 나도록 발버둥 치고 있는 렝기자베 엄마들을 위해

하나님께서 친히 예비하신 선물이었습니다.

 

드디어 지난주 123일 안식일, 장로님 부부를 모시고 렝기자베를 찾았습니다.

 

작은 교회는 이제 막 교회를 나오게 된 엄마들과 그들의 자녀들,

그리고 빅토리영어교실 아이들로 북적 북적 생동감이 넘쳤습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고작 교인 4명이 앉아 예배드리던 이 열악한 교회에

사람들이 가득 모인 모습을 보니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지난날들이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렝기자베를 방문했던 첫 날,

영어교실을 시작하며 Fun!! Bible English교재를 만들던 일,

처음으로 알게 된 마마 조엘(Mama Joel)을 찾아가 닭장도 만들어 주고

달달했던 옥수수를 얻어먹던 일 등...

 

키가 작은 삭개오 이야기.

키가 작다는 의미의 스와힐리어 음푸피(Mfupi)를 말할 때마다

자꾸만 FP자를 바꾸어 ‘Mpufi’라고 발음하는 차 목사님 때문에 한바탕 웃기도 하고,

모처럼 준비된 맛있는 밥과 마하라게(Magarage, 콩요리)로 배부른 점심을 마친 후에는

난생 처음 먹어보는 캐나다산 지팡이 사탕(Cane candy)도 하나씩 먹었습니다.

 

그리고는 토론토 교회에서 후원하신 예쁜 옷들과 신발을 나누었는데요.

 

개수가 한정적이라 한 명에 옷가지 하나씩만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어찌나 여기저기서 손을 번쩍 번쩍 드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자기 아이에게 옷을 대보고, 예쁜 원피스는 입혀보고, 신발을 신겨보는

엄마들의 표정 속엔

그동안 보지 못했던 행복과 평화로움이 가득했습니다.

 

엄마들은 앞으로 불쏘시개로 흔히 쓰이는 장작개비나 숯을 얻어 시장에 내다 팔아보려 합니다.

닭도 한 열 마리만 얻을 수만 있다면 잘 키워서 염소로 바꾸고, 소로 늘려가며

꿋꿋하게 엄마노릇을 해보려 합니다.

 

그들의 곤곤한 삶을 여기까지 지켜주신 하나님,

교회 문턱을 넘어 자녀라는 특권을 누릴 수 있도록 말씀을 깨닫게 하신 하나님께서

이제 세상 앞에 첫 걸음을 내딛고

보란 듯이 자식을 키워내고 싶은 아니, 키워낼

저의 친구들, 렝기자베의 과부들을 앞으로도 능히 도우실 것을 믿습니다.

 

이 일을 위해 같은 마음으로 울어 주시고, 탄자니아 렝기자베를 방문해 주신 박창우 장로님 내외께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협력해 주실 캐나다 한인 교회의 성도님들께도 미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뿐만 아니라 개척 초기부터 변함없이 렝기자베를 후원해 주고 계신 미국의 김성원 성도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렝기자베의 과부 엄마들을 위해 많은 기도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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