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교 성 교수님(Dr. Sung)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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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쪽지
‘목사님, 탄자니아는 주혈흡충이 풍토병으로 있는 나라네요. 물에 있는 기생충이 사람의 피부를 뚫고 들어갈 수 있으니 물을 만지려거든 반드시 장갑을 끼고, 마실 물은 꼭 끓이세요.’ 지난 2013년, 바라바이크(Barabaiq) 부족이 거하는 에쉬케쉬(Eshkesh) 광야 한 가운데 텐트를 치고 살 때의 일이었습니다. 한번은 웅덩이 물을 퍼 마시는 부족들의 모습을 글로 담아 ‘재림마을’에 올린 적이 있었는데요. 초등학교 미술 시간, 휘휘 젓고 나면 금세 국방색으로 변해버리던 물감통, 기억나시나요? 에쉬케쉬에서 들여다 본 웅덩이 물은 반 전체 학생의 붓을 담갔다 뺀 듯, 거대한 그림물감 통을 꼭 닮았습니다. 쪽지는 다시 이렇게 이어졌습니다. ‘다행히 주혈흡층에 잘 듣는 프라지콴텔(Praziquantel)이라는 약이 있습니다. 의대 다닐 때 저의 기생충 전공 교수가 개발했다고 굉장히 자랑을 많이 하셨던 약이에요. 필요하면 제가 여기서 알아봐 드릴게요.’
성백길 교수님과의 첫 만남은 이런 짧은 쪽지로 시작이 되었습니다. 이제 막 원시부족 개척을 시작한 새내기 선교사의 글이 올라갈 때마다 짤막한 쪽지 글에 기도를 담아 안부를 묻곤 하셨지요. 그 후, 광야에서 한창 풀독이 올라 발목과 종아리 가득 두드러기가 올라 올 때도, 한국에 계시는 친정어머니가 혈류성 위염 진단을 받아 식사를 못하실 때도 저 역시 용기를 내 교수님께 쪽지를 드릴 수 있었고, 그럴 때마다 교수님은 탄자니아와 미국, 그리고 한국 간 10시간의 시간차에도 불구하고 직접 전화를 주셔서는 마치 주치의 마냥 도움을 주시곤 했습니다.
첫 쪽지 후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작년 여름, 교수님은 처음으로 탄자니아를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시더니 눈 깜짝할 사이 여덟 분의 전문의와 두 분의 간호사, 그리고 한 분의 약사로 이루어진 의료 전도팀을 꾸리셨습니다. 동시에 한국 왈덴스국제학교의 김석운 목사님과 17명의 학생들도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탄자니아는 올해 7월, 32명의 전도대원들과 함께 전무후무한 대 의료 전도회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내과, 안과, 치과, 심장의, 재활의학과 등 웬만한 종합병원 수준의 전문 의료진들이 속속 참여하게 될 본 전도회를 준비하며 ‘탄자니아는 참 복이 많네요. 의료진들이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참여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해외 의료 선교를 여러 차례 다녔지만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하신 말씀에 저희 역시 보이지 않는 능력의 손길이 이 일을 진두지휘하고 계심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이한 하나님의 도우심
여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이런 큰 의료 전도회를 치르려고 하니 각종 시설물을 준비하는 것이 제일 어려웠는데요. 마사이 보마(Boma, 가옥)들이 빙 둘러싼 동네 중앙에 음불룽구(Mbulungu) 교회만이 덩그러니 서 있는 그야말로 오지 마을의 전도회. 어떻게 준비를 하면 좋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각 의료진이 진료할 수 있는 텐트 그늘막도 10개는 있어야겠고, 현지 사역자들과 봉사 대원들이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과 의자, 간이 부엌도 필요하고, 치과 진료소를 내원한 환자가 누울 수 있도록 젖히는 의자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교회 내부에 의자가 7개 밖에 없으니 밖에서 환자들이 대기하면서 전도회 기간 동안 말씀도 들을 수 있도록 의자도 20개는 준비해야 되겠는데. 아, 화장실도 없으니 건축을 빨리 시작해야겠구나. 그러나 걱정도 잠시, 본 전도회의 총감독이신 하나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놀랍도록 하나하나 인도해 가셨습니다.
먼저 막막한 자금 마련에 작년 음불룽구 개척을 도와주셨던 김문호 장로님과 송대경 장로님께 무작정 전화를 드렸는데요. 말씀을 드리자마자 수화기 너머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아, 그런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 하세유~’ 하시며 선뜻 텐트 그늘막 자금을 쾌척해 주셨습니다. 아루샤에서 11시간을 운전해 탄자니아 제 1의 도시인 다르에스살람의 어느 대형 마트를 찾은 날, 저는 제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딱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한 주간만 텐트 그늘막을 특별할인하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덕분에 생각했던 금액보다 훨씬 싸게 그늘막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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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용은 이쯤이면 되겠는데 나머지 초진(Triage), 약제과, 등록처, 그리고 간이 부엌과 식당에도 텐트가 따로 필요한 터. 주변에 텐트 깁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가로 5m * 세로 3m짜리 텐트 제작에 대략 4백만 실링(2천불)을 요구했습니다. 입이 딱 벌어진 남편은 그 길로 달려가 6m 길이 파이프 11개, 2m 길이 1*2 각목 8개, 그리고 3m 길이 각목 1개를 사서 직접 텐트를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머릿속에 그려진 텐트 틀을 따라 치수별로 파이프를 자르고 사각 지붕을 만들기 위해 이리 저리 나무를 대보는 남편의 모습. 며칠 후, 그럴싸해 보이는 텐트 구조물이 완성되자 마당 한켠에 높이 치켜 올렸습니다. ‘어때? 괜찮지?’ 보여주더니만 순식간에 다시 분해되는 틀. ‘이건 전도회 시작하는 날, 다 가져가서 못질을 할 거야.’ 크기 별로 조각조각 잘라놓은 파이프와 나무는 오직 남편만이 알아볼 수 있는 머릿속 스케치를 따라 7월 3일 조립이 될 것입니다.
치과 환자를 위한 젖혀지는 나무 침대도, 대기 장소에서 전도회 말씀을 들을 때 사용하게 될 기다란 의자들도, 대원 모두가 삼시 세끼 앉아 식사를 하게 될 아주 넓은 식탁도 모두 남편의 손으로(때론 집을 방문한 사역자들과 함께) 또닥또닥 만들어졌습니다. 아예 지금 살고 있는 집 지붕을 더 늘려서 작업장 아닌 작업장을 만들어 놓고 날마다 못질, 대패질, 드릴질(?)을 하고 있는 남편을 보며 성경의 브살렐을 떠올렸습니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일러 가라사대 내가 유다 지파 훌의 손자요 우리의 아들인 브살렐을 지명하여 부르고 하나님의 신을 그에게 충만하게 하여 지혜와 총명과 지식과 여러 가지 재주로 공교한 일을 연구하여 금과 은과 놋으로 만들게 하며 보석을 깎아 물리며 나무를 새겨서 여러 가지 일을 하게 하고”(출 31:1-5) 광야의 학교에서 브살렐을 부르셨던 하나님께서 오늘날 아프리카의 학교로 제 남편을 부르신 것만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음불룽구 주변 교회 재직들과도 전도회 세부 일정, 집집방문, 진료 통역 봉사자, 식사 봉사자, 광고(대형 현수막, 전단지 등), 무료 셔틀 운행 등 갖가지 제목을 놓고 수차례 오가며 장시간 회의를 거듭했는데요. 다행히도 음토 와 음부(Mto wa Mbu), 키공고니(Kigongoni), 민진구(Minjingu) 교회의 지역장 목사님과 장로님, 집사님들, 그리고 저희와 함께 일하는 로시밍고리(Losimingori), 마쿠유니(Makuyuni), 로시루와(Losirwa)에 있는 세 명의 사역자들까지 모두 이번 전도회를 위해 전적으로 헌신해 주실 것을 약속해 주셨습니다.
기도 부대
드디어 본 의료 전도회에 앞서 구도자 확보를 위한 2주간의 사역자들의 집집방문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지난 6월 18일 안식일 오후, 음불룽구 주변 교회의 모든 재직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이 날은 전도회를 위한 특별기도일로 미리 준비한 기도제목을 가지고 연합된 마음으로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간절히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특별히 하나님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임재해 주시기를, 모든 대원들이 그리스도를 반사하여 영혼들을 주께로 인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모든 환자들이 육체적으로 영적으로 온전히 회복을 입는 기간이 되도록 축복해 주시기를 기도드렸습니다. 교인들은 교인들끼리, 사역자들은 사역자들끼리,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엄마는 아이와 함께 엎드려 기도하는 모습에 저희 모두는 말할 수 없이 큰 용기와 힘을 얻었습니다. 기도릴레이는 현지뿐만 아니라 미국과 한국, 그리고 캐나다에서도 이어졌는데요. 모국에서는 오남교회의 새벽기도회와 교문리교회의 안나기도반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전도회에 직접 참여하게 될 왈덴스국제학교 또한 동아리로 모여 기도회를 갖는 모습을 보내주셨습니다. 든든한 기도 부대가 전도회에 함께 협력하고 있음에 감사를 드립니다. 기적의 현장엔 언제나 기도의 사람들이 있어 왔습니다. 히스기야 왕의 생명이 연장되던 날, 해 그림자를 움직였던 이사야의 기도가 있었듯, 탄자니아 음불룽구 지역을 위한 의료 전도회가 치러지는 동안, 몸과 마음이 병든 많은 환자들의 날을 더하는 능력 있는 기도의 응답이 재현되길 간절히 기도드려 봅니다.
기도 부대의 진심어린 기도로 지금까지 전도회를 준비해 올 수 있었습니다. 화장실을 건축할 수 있도록(아직 건축 중입니다) 도움을 주신 이현섭 집사님, 허인자 집사님, 그리고 문형순 성도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대원들이 먹을 양념 및 김밥김을 보내주신 신민식 집사님, 왈덴스 학생들의 숙소에 치게 될 모기장을 지원해 주신 원청숙 집사님, 그리고 진료소 텐트 벽을 위해 특별 천을 구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김은경 교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전도회를 위해 현지 기관인 북탄자니아연합회와 북동탄자니아합회에서도 보건당국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행정적인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습니다. 아직 의료전도회에 대한 보건부(Ministry of Health)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지역 보건당국의 허가와 약품 승인도 남아 있습니다. 모든 일들이 어려움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선교사 가정을 향한 한 분의 따뜻한 애정과 관심이 아프리카의 수많은 영혼을 어루만질 수 있는 복된 계획을 이끌어 내도록 하나님께서 역사하고 계심을 보게 됩니다. 여지껏 한 번도 뵌 적 없는 성백길 교수님. 탄자니아 땅을 밟으시는 그 날, 오지에서 더러운 물에 행여 다칠까 걱정해 주셨던 그 사랑에 너무나 감사했다고 그리고 이렇게 많은 분들과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7월 3일부터 16일까지 치러질 마사이 부족을 위한 대 의료전도회를 위해 많은 기도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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