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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쿠(Nariku) 아주머니가 변한 건 잿빛 구름이 킬리만자로(Kilimanjaro) 산자락에 내려앉던 그날부터였습니다. “그 여자는 내가 죽였어돌로 머리를 치려했는데 이상하게도 비켜가더군흐흐흐.”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며 이따금씩 나지막이 웃는 나리쿠짙은 어둠을 가르는 번개 소리에 그녀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양손으로 머리를 움켜쥐고는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릅니다마을 사람들은 보마(Boma, 마사이 가옥앞에 서서 불안한 듯 나리쿠를 지켜보고 있습니다여느 마사이 아낙네들처럼 건기 내내 심었던 콩도 열심히 거두어들이고어제까지만 해도 옥수수를 말리던 나리쿠였는데... 한창 커가는 다섯 아이의 엄마가 천둥이 치던 날갑자기 정신을 잃고 만 것입니다

 

모시(Moshi)에서 제일 큰 병원인 KCMC의 의사들도 그녀의 병명을 알지 못했고마을에서 제일 용하다는 주술사(Witch doctor) 역시 히리지(Hirizi, 부적한 장을 써주는 것 외엔 별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그렇게 꼬박 3년을 앓다 지난해그녀는 자신이 태어난 고향 마을 렝기자베(Lengijave)로 돌아왔습니다작년까지만 해도 나리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마을 어른들은 흰자위를 번뜩이며 삿대질하다 쓰러지기 일쑤인 그녀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혀만 끌끌 찰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엘리샤(Elisha) 사역자가 그녀의 집을 찾았습니다아주머니는 오랜만에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근래 들어다행스럽게도 하루 반나절 정도는 맑은 정신으로 깨어 사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이 땅에서 수많은 병자를 고치셨던 예수님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녀를 온전히 치유하실 수 있는 유일한 하나님을 소개하자 모처럼 정신이 돌아온 아주머니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모든 말씀을 흠뻑 받아들였습니다그렇게 엿새 동안의 성경공부가 이어지는 동안 나리쿠는 예수님을 개인의 구주로 영접했고방에 붙여놓았던 부적 역시 불태워버렸습니다물론 어떤 날은 말씀을 다 들은 후, ‘여기 맥주 한 병이요저 쪽은 코냑 한 잔 추가요.’라고 말하는 바람에 옆에 있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젊은 시절그녀는 술집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때 했던 말들을 중얼거린다고 합니다).

 

드디어 그녀가 침례를 받던 날.

렝기자베에는 침례탕이 없어 인근 사키나(Sakina)교회로 가기 위해 저희 차에 나리쿠 아주머니를 모셨습니다함께 침례를 받게 될 네 명의 구도자와 예식을 도울 두 명의 집사님들 역시 비좁은 차에 함께 앉았습니다나리쿠 아주머니 옆에 두 집사님들이 앉아 가는 내내 찬미를 불렀습니다. “예수를 더욱 배우고 받은바 은혜 전하며” 찬미가를 펴놓고열심히 노래하는 소리에 맞추어 저 역시 기도하는 마음으로 함께 찬미를 불렀습니다창밖으로는 소달구지가 지나가고차 안에는 한 영혼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려는 찬미가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순간이었습니다그런데 바로 그때운전석과 조수석 가운데 앉아 있던 은총이가 갑자기 몸을 웅크렸습니다나리쿠 아주머니의 쭉 뻗은 발이 은총이 등을 꾹꾹 누르고 있었습니다아주머니는 사람들을 의식한 듯굳어가는 손가락을 펴 창문 위의 손잡이를 꼭 잡더니 온 몸을 길게 뻗치기 시작했습니다동공은 위로 올라가고 흰자위만 보인 채 마치 추운 사람처럼 사정없이 몸을 떨기 시작했습니다저희는 찬미를 멈추고 조용히 기도드렸습니다. ‘하나님이 가녀린 여인을 어찌하면 좋을까요제발 도와주세요.’ 마음속을 타고 뜨겁게 흐르는 눈물그 심정을 하나님께 드리는 것 외에 저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차가 도로를 빠져나와 비좁은 언덕을 오르자 그제야 굳어 있던 그녀의 손과 다리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습니다스스로는 거동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주머니를 부축해 차에서 내린 후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함께 침례탕 입구에 설 수 있었습니다아주머니는 여느 마사이들처럼 물을 무서워하여 도통 물에 들어가려 하지 않았습니다주변 사람들이 슈카 치니슈카 치니(Shuka chini, shuka chini. 밑으로 내려가세요)”라고 몇 번을 이야기하고 나서야 차목사가 그녀를 부축해 침례탕 안으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들어간 후에도 한 손으로 본인의 코를 막고한 손으로는 팔꿈치에 대시라는 단순한 말을 이해하지 못해 이곳저곳에서 웅성웅성 소리가 들려왔습니다무릎을 조금 굽히라는 말에도 한참을 뻣뻣하게 서 있는 통에 옆에서 돕는 집사님들이 양쪽에서 어깨와 팔을 잡아주셔야만 했습니다침례탕을 빠져나와서도 한동안 자신의 신발을 신지 못해 신는 것을 도와드리려 했으나 다리의 힘이 어찌나 센지 제 힘으로는 한 다리조차 들 수가 없었습니다

 

침례 예식을 마치고 다시 렝기자베로 모셔다 드리는 길

집사님들이 새 옷으로 갈아입힌 후 아기 로션까지 얼굴에 발라드리자 나리쿠 아주머니는 마치 세수한 어린아이가 만족한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듯 평안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차에서 내려서는 자신을 반기는 한 마사이 집사님의 오로로로로’(마사이들이 행복할 때 내는 소리축하 소리를 따라 부르며 웃기까지 합니다아주머니의 웃는 모습이 햇살 속 작은 구름처럼 어여뻐 자꾸만 보게 됩니다

 

예수님이 지금 이 탄자니아 땅에 계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나리쿠 아주머니를 보시자마자 당장 고쳐주실 수 있으실 텐데... 그럼 다시는 여기 맥주 한 병이요.’라고 중얼거리지도 않고천둥 치는 날 사람을 죽였다고 자학하지도 않을 텐데... 

 

그녀의 이름나리쿠는 마사이어로 좋은 것을 가져다주는 사람이라고 합니다그녀의 이름처럼 좋은 것을 주시는 예수님을 이제 만났으니 구원의 기쁜 소식과 삶에 대한 소망을 가지고 영원히 행복하시길 간절히 기도드립니다나리쿠 아주머니가 평안한 안식일을 맞으시도록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릴께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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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례를 받기 위해 차에서 내리는 아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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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례를 받고 나오는 나리쿠 아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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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리쿠 아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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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례를 모두 받은 후 함께 찍은 기념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파란색 치마를 입은 분이 나리쿠 아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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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머니, 늘 이렇게 평안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침례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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