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교 양 장로님의 심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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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까지 선교사하라고 보내놨더니
그래, 닭장이나 만들고 있어?
본국으로 당장 송환시켜!”
이런 소식에 이미 한국으로 쫓겨났을지도
모르는 염려 속에서
이 글을 씁니다.
멜리요 할아버지는 잘 계시죠?
보내주신 사진을 종합하여
코믹한 그림을 한 번 그려 보았습니다.
다들 비슷한데
사모님만 미인(?)이라 잘 안 그려졌네요.
일란성 쌍둥이가 어쩌면 이리 다르게 생겼을까요?
하여간 그림을 보냅니다.
한 달은 걸린 것 같습니다.
사진 제목은
1. ‘외도한 차 선교사’
- 부제: 하라는 짓은 안하고
2. ‘보따리에만 마음이 가 있는 멜리요 할머니’
– 부제: 닭장에는 관심이 없고 눈은 음식꾸러미가 담긴 보따리에만 가 있다.
목사가 목수가 되는 순간!
하기야 예수님도 목수였던가요?
일맥상통합니다.
“목수질 잘한다!”
박수를 보냅니다.
저도 개집은 지어봤거든요.
엊그제 과정공부 시간에
한국에서 오신 오정채 목사님(양정로목사의 장인)이 저희 반에 들어오셨어요.
물론 ‘도시선교’가 제목이었으니
자연히 걸인이나 가난한 사람에 대한 동정이 주된 교과 내용이었죠.
목사님이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당신의 심장을 쿵쿵 뛰게 만드는 것은 무엇입니까?’
답은 가지가지였죠.
남편 사망, 아들 교통사고, 암 선고...
오 목사님의 답은 ‘어느 안식일 날, 힘들어하던 한 성도에게 침례를 베푼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 말씀을 들으며 심장이 쿵했답니다.
저 역시 ‘의미 있는 일’을 할 때 심장이 쿵쿵 뛴답니다.
희망과 관심을 가지고 누군가에게 ‘의미를 부여’할 때
그것이 동기부여가 될 때
제 심장은 쿵쿵 소리를 내며 마구 뛰기 시작합니다.
멜리요 할아버지의 닭장이 완성되고
기념사진을 찍을 때
‘찰칵’하는 사진기 속에서 나는 속삭임,
‘수고했다, 차목사, 차목수!’
그 속에서 삶의 의미, 선교의 의미를 찾았지요?
물론 외도로 쫓겨날 각오를 하면서까지...
저도 이곳 미국의 편안한 제 그림 방에서 그 속삭임을 들었습니다.
그 소리에 제 심장이 쿵쿵하데요.
쌍둥이 아빠 엄마, 감사합니다.
저의 심장을 다시 의미 있게 쿵쿵 뛸 수 있게 해주어서...
저는 아프리카 선교 사진만을 그리는 사람이에요.
2년 전 자동차사고로
죽다 살아나다시피 한 후
저에게 큰 변화가 생겼어요.
이젠 다시는 선교 안가겠다고
그때 안면 골절에 머리통까지 깨져서 열 세 바늘을 꿰매고,
같이 있던 분들도
갈비 일곱 대 골절, 대퇴부 두 곳 골절, 두개골 뇌출혈로 뇌수술,
코뼈 부러진 사람이 두 명, 가슴뼈 충격으로 인한 심장질환까지
차안에 탔던 일곱 명이 전부 중상이었죠.
집으로 돌아온 후
제 명의로 된 집을 자녀에게 양도하고,
세 자녀에게 모든 물품과 사진들을 정돈하여 다 나누어주고
이제 다시는 아프리카 안간다 선언을 했는데...
6개월이 지나자
슬슬 마음이 변하더군요.
두고 온 일거리가 눈에 밟히기 시작하고,
새까만 아이들의 하얀 눈동자가 아른거리고,
검정 아이들의 "음중구!(외국인)"하고 놀려대는 소리에 어느 날 잠에서 화들짝 깨어난 거죠.
‘다시 가야겠다.
거기서 죽으나 여기서 죽으나
예수님 오시면 만날 것 아냐?’
‘그래, 내 영정사진이나 그려놓고 죽자.’
해서 내 사진을 그리니 비슷해 보였던지
부인이 ‘내 것도 하나 그려봐!’
그래서 시작한 것이 그림쟁이 2년차입니다.
물론 학원도 가보았지만 주로 유투브(Youtube)로 자가 습득.
화방 주변을 빙빙 돌면서
도둑놈이 아닐까 하고 의심도 받을 만큼
이것저것 물어보고
유화물감을 쓴 붓을 물에도 씻어보고
수채화물감에 기름 묻은 붓을 대는 오류를 범하면서......
African artist for missionaries.
웃기는 이야기 한개.
석 달 전 에티오피아 선교에서 돌아온 후
흰 개미떼 공격으로 쓰러진 교회 장로님 사모와 세 아이들이 같이 찍은
그림을 밤늦게까지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그림을 보니
내 얼굴도 검둥이였어요.
집사람 퉁명스레 던지는 말,
‘이젠 아주 흑인이 다 되셨구랴!’
그런데 그 말이 ‘내 가슴을 쿵쿵’뛰게 하데요.
싫지 않았어요.
이제 나도 검둥이들과 같고 그 속에 끼어 ‘하나가 된 나’를 본거에요.
11년을 아프리카 다니면서
아프리카인을 사랑하지도 예뻐하지도 못했었거든요.
달라기만 하고, 주기만 해야 되는 내가 싫었거든...
그래서 쿵쿵 소리를 못 들은 채 11년 동안 선교를 해왔답니다.
‘로봇 선교사’였죠.
‘무료봉사’라는 가면을 쓰고
완전 예수에게 미친놈도 아닌
물도 술도 아닌 멍청한 선교사.
이젠 더 귀를 쫑긋 세우고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겁니다.
닭장 속에서 들리는 닭소리,
차성원 목사의 킬리만자로 산자락에서 나는 망치 소리
모조리 남김없이 들을 겁니다.
내 목소리를 줄이고
내 쓰는 글도 줄이고
그림 한 폭에 고스라니 담아 보렵니다.
숨죽여 쌍둥이들의 목소리도 듣기로 했어요.
‘엄마, 그 할아버지 미술가야?’
‘응, 그래. 아마 그런가봐.
‘얘들아. 이 할아버지 장로님은 아프리카 그림만 그리신대.
할아버지는 미국에 계시지만 멜리요 할아버지 친구인가봐.
우리 그림을 잘 보관했다가
너희 둘 시집갈 때 엄마한테 선물로 주시겠대.
어때, 정말 좋지?’
- ‘할아버지의 첫사랑’(http://www.egw.org/zboard/330091) 소식 후, 직접 그린 그림과 글을 보내오신 양증일 장로님께 장로님의 글과 그림을 선교 게시판에 올려도 되겠냐고 여쭤보니 이런 답글이 왔습니다.
다른 이의 가슴도
쿵쿵 뛰게 할 수만 있다면
그것도 작은 선행이고, 선교가 아닐까요?
예수를 알리는 쿵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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