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교 지구상 최후의 원시부족, 제 발로 찾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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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
야생 열매 수집인.
유목민.
자연과 한 개체로 살아가는 자연인.
동이 트면 여자들은 야생줄기 식물이나 바오밥 나무 열매인 오부유(Obuyu)를 긁어모으고, 남자들은 숲으로 달려가 야생 꿀을 따거나 코요테, 원숭이 등을 사냥.
사냥 후, 짐승은 가구별로 똑같이 나눔.
사냥은 본래 불법이나 오직 이 부족에게만 허용.
부족 거주지, 정부의 허가 없이 일반인 출입 금지.
사유재산 없음.
부자도 빈자도 없음.
공산주의, 자본주의 혹은 시장경제는 이 부족과 무관.
옥수수, 수수, 술, 담배, 그리고 옷은 야생 꿀과 물물교환.
신부를 데려오려면 세 가지 지참금은 필수.
신부엄마에게는 비즈(beads, 구슬).
신부아빠에게는 수컷 원숭이.
결혼 하객들인 마을 사람들에게는 감사의 표시로 담배.
아직도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다 있나, 고개가 갸우뚱거리시지요? 이들은 바로 UN 산하의 WGIP(UN Working Group on Indigenous Population, 토착인구에 대한 특별조사위원회)에서도 인정한 지구상 최후의 원시부족, 하자베(Hadzabe)입니다. 산이나 덤불숲에 산다 하여 부시맨(Bushman)이라고도 불리지요. 하자베는 부족 전체를 복수형으로 나타내는 말이고, 부족원 한 사람, 한 사람은 하자(Hadza)라고 부릅니다. 탄자니아 북부에 거주하는 하자베 부족 가운데 종족 간 결혼을 하지 않은 순수 혈통이면서 전통을 유지하는 퓨어 하자베(Pure Hadzabe)는 약 600가구, 즉 3,000명 정도가 있다고 합니다.
지난 1960년, 탄자니아 정부는 문명 세계로 도무지 발을 들이려 하지 않는 이 독특한 부족을 사회에 편입시키기 위하여 마냐라(Manyara), 이람바 은도고(Iramba Ndogo), 뭉굴리(Munguli), 그리고 엔다마강(Endamagang)이라는 큰 마을에 네 개의 캠프를 설치했다고 합니다. 하자베 부족이 사회에 적응하고, 한 마을에 정착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만한 사회적 제반 시설들을 부족함 없이 갖추어 놓은 생활 공동체였지요. 그런데 이 캠프들은 20년도 채 못 되어 1970년대 후반 문을 닫고 맙니다. 이유인즉슨 야생에서는 멀쩡했던 하자베 아이들이 도시로 나와 여러 질병에 노출되면서 끝내는 여럿이 죽음에 이르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놀란 부족원들은 집단으로 도시를 빠져나와 본래 살던 척박한 산등성이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캠프를 탈출한 하자베 사람들이 멈춘 곳 중에 하나가 바로 저희의 첫 선교지인 에쉬케쉬(Eshkesh)에서 마주 바라보이는 올디안 산(Mt. Oldean)입니다. 사실 지난 2012년, 바라바이크(Barabaiq) 부족 개척사역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인근 도망가(Domanga-하자베 거주지)라는 지역에 일찌감치 교회를 세웠습니다만 이들은 화폐를 사용하고, 자녀들을 학교에도 보내고 있는 트랜지셔널 하자베(Transitional Hadzabe, 이미 변화를 받아들인 부족원들)였기에 에쉬케쉬 교회에서 먼 산을 바라볼 때마다 그곳의 순수한 하자베를 꼭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캐나다와 한국에서 오신 손님들을 모시고 산 속, 기데루(Gideru)라는 마을에 살고 있는 퓨어 하자베들을 만나러 가게 된 것이지요. 그곳은 ‘하자베 보호구역’이라 하여 일반인들의 접근을 불허하고 있었기에 부득이 한 정부 관료와 함께 그곳을 찾게 되었습니다.
기데루. 정말 그곳은 21세기인 오늘날에도 가느다란 나무를 비벼 불을 지피고, 산열매와 야생뿌리를 먹으며 사냥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원시부족의 땅이었습니다. 오부유(Obuyu, 바오밥나무의 열매)로 배를 잔뜩 채운 원숭이의 배변을 뒤져 열매를 먹는다거나, 비가 세차게 내리는 날에는 산중턱에 파놓은 바오밥 기둥(기둥에 큰 구멍을 파놓았다가 부녀들을 대피시킴)으로 달려가는 등 아직도 이들만의 생존방식이 꿈틀거리는 곳이었지요. 머리에 야생 동물의 깃털을 꼽은 채, 화살촉을 다듬으며 외부인을 반겨주는 하자베의 모습을 보는 건 참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만, 한편으로 그 건조하고 메마른 땅에서 아무것도 없이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었습니다. 학령기를 훌쩍 지난 아이들도 그저 어른 곁을 맴돌고만 있고, 볏짚을 켜켜이 쌓은 하자베가옥 안엔 변변한 살림살이 하나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마을에 물이 단 한 방울도 없다는 것. 우기 땐 그나마 웅덩이 고인 물이라도 마실 수 있는데 건기가 되면 물을 찾아 최소한 6시간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 지역 특성상 모래와 바위가 많아 농사조차 지을 수 없는 곳이기에 열매가 빈곤한 건기가 되면 50명의 부족원들이 그저 배를 곯을 수밖에 없다는 것. 사냥감이 있으면 버티는데 요즘은 온난화로 인해 건기가 길어지면서 그마저도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명인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생활방식이지만 수천 년 동안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자연에 기대어 살아온 이들로서는 있으면 먹고, 없으면 굶는 것이 다반사가 되어 버린 것 같았습니다.
하자베 사람들은 교회에서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두 가지 부탁을 해왔습니다. 첫째로, 오래전 누군가 파준 핸드펌프 식 우물이 하나 있는데 고장이 나 쓸 수 없으니 고쳐 달라는 것과 두 번째는 하나님을 섬기고 싶으니 교회를 지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기데루 마을의 추장인 마나세 시아기(Manase Saagi)씨는 인근의 바라바이크나 수쿠마, 와냐람바 부족 모두 하나님을 믿는데 하자베라고 믿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이제는 하늘의 신께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는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저희 모두는 하나님께서 이 특별한 부족의 마음을 움직이고 계심을 인해 감사를 드리며 교회를 개척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데루를 떠나기 전, 소 한 마리를 선물로 전달했는데요. 손님들이 방문하는 기간에 즈음하여 열린 마을 가축 경매에서 가장 좋은 소를 미리 구입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윤기가 반질반질 흐르는 갈색 소를 전달하니 삥 둘러선 하자베들이 흥에 겨워 감사의 노래로 화답했습니다. 우리 손님들 역시, 그 속에 함께 어우러져 ‘바바’(Baba, 하늘 아버지)를 외치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흘러 나왔습니다.
- 소를 받으시는 분이 마을의 리더 마나세 시아기씨입니다.
그 뒤로 8개월. 그동안 기데루에 들어갈 사역자를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오지를 자원하여 들어갈 만한 적합한 사람을 찾지 못했습니다. 복음과 함께 척박한 땅을 일구며 농사기법을 전해줄 수 있는 사역자를 찾았지만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아 여차여차 하던 중이었지요. 다행히 도망가에서 일하고 있는 마루구(Marugu) 사역자가 한 달에 두 번 기데루를 방문하여 안식일에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는 것에 그저 위로를 받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데루를 함께 방문했던 연합회의 청소년부장이신 카시카 목사님(Pr Kasika)께서 사비를 털어 하자베 부족을 위한 음식을 보내고 계신다는 소식(옥수수 가루 100kg)에 그저 감사를 드릴 뿐이었지요.
그러던 중, 마루구 사역자로부터 하자베 부족이 침례를 결심하고, 인근의 하이돔(Haydom) 교회에서 열리는 장막부흥회(Camp meeting)에 참석하길 원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직 교회도 세워지지 않았고, 사역자도 정해져 있지 않는 개척지에서 벌써부터 침례자가 나오다니 그야말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서둘러 기데루 사람들이 하이돔까지 이동하는데 필요한 차비와 부흥회 기간 동안 자는 데 필요한 매트리스를 구입할 수 있도록 여분의 돈을 붙였습니다. 하이돔 목사님을 통해 장막회에 참석한 17명의 하자베 부족원들이 스스로 중창단을 조직하여 찬양을 드리고, 말씀도 들으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는 소식도 연이어 받게 되었지요. 그리고 드디어 지난 9월 1일, 탄자니아 재림교회 115년 역사상 처음으로 하자베 토착민 16명이 침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침례를 받은 하자베 토착민들
앞서 말씀드렸던 시아기 추장님도 그 날, 함께 침례를 받았는데요. 추장님은 다음과 같은 소감을 들려주었습니다. “지난 12월, 재림교회 선교사와 손님들이 방문하고 돌아간 후, 우리는 마루구 사역자의 말씀을 통해 하나님이 하늘의 신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난 전에 가톨릭에 관심이 있었는데 내가 아는 가톨릭 신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술을 마시고, 일요일에 예배를 드리고, 머리에 물을 뿌리는 세례를 행한다는 말을 듣고는 그건 진리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지요. 성경 말씀을 이해하게 되면서 재림교회에서 전하는 기별이 진짜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건 안식일에 모여 예배를 드릴 때마다 점차 확신으로 굳어져 갔습니다. 이제 우리 부족은 매일 아침마다 아카시아 나무 아래 모여 기도의 시간을 갖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난 개인적으로 예수님을 더 알고 싶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예수님의 자녀가 될 수 있도록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얼마 전, 기데루를 방문했는데요.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을에 이르자 커다랗고 검붉은 나무 아래서 들려오는 하자베 부족의 찬양소리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들판에서 활을 당기는 거친 사냥꾼들의 마음에 마중 나가셨고, 오직 그분의 역사를 통하여 우린 하자베를 하늘의 형제자매라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따금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기도 하는 마지막 원시부족, 정부의 허락 없이는 들어갈 수 없는 미지의 땅이 드디어 그 문을 연 것입니다. 한 마을의 한 부족을 통째로 아버지의 품으로 이끄신 그 놀라운 섭리에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우물을 고치고, 땅을 경작할 수 있는 사역자를 파송하고, 교회를 건축하는 일들이 진행되는 동안 많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하나님의 심장, 그분의 고동소리가 가장 크게 들리는 곳에서 일할 수 있음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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