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는 어느 특별한 시내 버스 운전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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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운전하는 시내버스의 고객들은 대부분 가난하다.
요금이 2불밖에 안되는데도 사회적인 문제가 될 정도로
요금을 안내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 따라 노숙자들도 눈에 띠게 많이 늘었다.
그런 분들을 매일 보고 살다 보니 마음 어딘가에 안쓰러
움이 늘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비록 도로 사정도 나쁘고 버스도 딱딱한 좌석에 승차감도
안 좋지만 내가 운전을 신경 써서 잘 해가지고 내 손님만
큼은 마치 리무진을 타고 가는 것 같은 느낌을 드리자고.
그런데 엊그제 새벽에 탄 손님이 버스를 한참 타고 가시
다가 딱 그 말을 내게 해주신 거다.
성문종합영어에 등장하는 'must have been pp'를 쓰
시면서,
“네가 운전하는 버스를 타니까 마치 리무진이나 캐딜락
을 탄 느낌이야. 너는 틀림없이 버스 운전을 엄청 오랜
기간 했을 거야”
그 손님이 버스에 승차할 때는 까다롭고, 말도 많고,
무례하고, 심지어 요금까지 안내서 운전하는 내내
거울에 비친 모습이 보기 안 좋기까지 했는데 막상
그 말을 듣고 나니까 굳었던 마음이 다 녹아내렸다.
하차하신 그분은 버스 문이 닫히기 전 휠체어에 앉아
나를 바라 보시면서 진심어린 축복의 말을 해주시고는
정처 없는 길을 떠나셨다.
요즘은 말보다 노동으로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
훨씬 더 만족스럽고 보람된 다는 것을 실생활에서
깨닫는다.
그리고 그 보상은 손님들의 반응에서 확실하게 드러난다.
요즘은 나를 이방인으로 보거나 무시하거나 차별하는
손님들이 거의 없다.
이들 공동체에서 나라는 사람을 그냥 버스 운전기사가
직업인 그들의 평범한 일원 중 하나로 대해준다.
그리고 당연히 나도 그들과 똑같이 느끼고 또 그렇게
대한다.
어쨌거나 나는 앞으로 설교 이상으로 운전을 잘할 거다.
승차감은 리무진이나 캐딜락처럼,
출발, 정지는 경춘선 전철처럼 스무스하게 할 거다.
도로의 움푹 파인 부분을 잘 피해서 리듬을 잘 타며
운전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래서 손님들에게 적어도 내 버스 안에서 만큼은 백만
장자 부럽지 않은 최고의 승차감을 제공할 거다.
거기에 나는 그분들의 세련된 최고급 전용기사가 될
것이고.
신데렐라 마차의 마부처럼...
- 다음글여가(餘暇)와 취미 생활이 있는 노후 25.02.28
댓글목록

Jewooklee님의 댓글

사실 이분은 Las Vegas 에서 교회를 섬기시
다가 지금 사정상 버스 운전대를 잡고 계신분
이다. 빛과 소금처럼 지역사회에 녹아드셔서
맛과 향기를 발하고 계신것 같아서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서민들의 편안한 발처럼 말입니다.
어쩌면 그 친구는 버스 운전대를 잡고서 고단한
삶을 사는 이웃들에게 친절과 편안함을 온종일
설교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 그
양반 참 괜챦은 설교처럼 오늘 아침에 진한 감
동으로 다가왔다. 목사님, 감사합니다. 목사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