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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뜰 님 월간 <스토리문학> 2008년 3월호 신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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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긷는 마을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8.03.11 18:09 조회수 9,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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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편을 완성하는 데 한 달도 넘게 주물럭거리며 속을 태우던(남모르게^^)
별의뜰 님이 '초보 운전' 외 2편으로 <스토리문학> 3월호 신인상에
당선되었습니다.
전화로 심사평을 읽어 주자 이제야 실감이 난다며 목소리가 화창해졌지요.
꼭 오늘 봄날씨처럼요.
별의뜰(본명: 김효주) 님은 제(채빈) 딸이랍니다.^^
<시 긷는 마을> 최연소 등단자가 되는 별의뜰 님에게 아낌없는 축하를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초보 운전


차가운 쇠붙이가 운전대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깜짝 놀란 시동이 쿨럭 사레들린다.
목까지 차오른 긴장감을 1단 기어로 밀어 넣는다.
인상을 찌푸리며 겁을 끼얹던 네 독불장군이 풋풋한 1종 면허증 사진 위로 펄떡이는 뿌듯함을 연방 감아 올린다.
뺑소니친 오후를 목격한 빨간 신호등이 외곽 도로 삼거리에서 군기를 잡고 지켜서 있다.
엉겁결에 신호위반을 한 백미러를 향해 눈을 흘기는 신호등, 뒤범퍼에 매달린 안도의 한숨이 길게 묶여 따라온다.
왕초보 운전 세 시간째 직진 중
익살을 출력한 딱지가 뭇 웃음을 노릇노릇 구워낸다.





전속력으로 질주하던 겨울바람이 앞서가던 12월의 구름과 충돌했다
바람 귀퉁이에 걸려 옆구리가 부욱 찢겼다
겁에 질린 겨울바람의 비명이 순식간에 지붕을 꽁꽁 얼려버렸다
속수무책으로 당한 구름이 핏기없는 차가운 살점들만 맥없이 흩날린다
갑자기 전해온 구름의 비보에 잠 못 든 뒷산이 더욱 파리해진다
애꿎은 마른 낙엽만 도르륵 도르륵 굴린다
떨리는 손끝으로 자신의 체온을 꺼낸 바람이 찢긴 구름의 옆구리를 꾸욱 누르며 인공호흡을 한다
응고되었던 구름의 심장이 가물가물한 맥박을 다시 찾은 듯 콩콩콩 선홍빛 피가 돈다
기운 차린 구름이 아린 상처를 안고 햇빛을 향해 날아간다


나무젓가락


김밥을 먹다가 나무젓가락의 꿈을 깨물었다

제 살을 깨물린 나무젓가락이 꺼져가는 맥박을 툭 툭 깨운다
멍이 든 옆구리에서 가물가물 잠꼬대가 흘러나온다
깜박거리는 자아를 인식한 듯 창백한 얼굴이 차츰 발그레해진다

문득, 기억해낸 것일까, 나무젓가락은
켜켜이 쌓인 세월 자락을 걷어내고
맞물림 고리가 빠져나간 사진첩을 부신 듯 꺼내 든다

단무지 물이 번진 추억을 한 장 한 장 넘긴다
내 손목보다 가는 유년시절을 지내고
파리한 핏줄 위로 근육이 돋아나 제법 맵시 있어진 허리와,
웰빙 햇살로 감은 초록 머리칼이 찰랑거린다
별빛이 총총 떠있는 눈동자로 보아 숲 속 인기를 독차지했을 듯하다

예고도 없이 자동 톱 소리가 숲을 뒤흔들던 여름,
냉혈한 이기심이 새들과 노래하는 자신의 숨통을 순식간에 끊어 놓고
숨을 몰아쉬는 몸통에 박아 넣던 이빨의 감촉을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무젓가락은,


<당선소감>


시는 저에게 희망, 꿈, 기대, 설렘입니다.
시 한 편 한 편이 두근거림으로 가득합니다.
처음에 시를 쓸 때 ‘내가 시를?’이라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를 쓸 때마다 행복한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졸업하기 전 등단하리라 저 자신과 약속했는데, 졸업식 하루 전날인 오늘 당선소감을 쓰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먹구름을 걷어낼 수 있도록 힘을 주신 햇살 같은 우리 어머니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아빠와 동생 솔이, 시 긷는 마을 회원 분들과도 이 행복한 두근거림을 나누고 싶습니다.
수줍게 향기 터뜨리는 화분을 졸업 선물로 안겨 주신 심사위원님께는 큰절을 올립니다.


<심사평>

구체언어를 통한 구체적 이미지 승화


시는 은유다. 은유란 어떤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작가의 마음을 얼마만큼 운반하느냐가 관건인데 이 작가가 보내온 시 다섯 편은 그런 점에서 모두 합격점이다. 현대 시단이 추구하고 지양하는 바에 따라 현대시의 기법을 상당히 잘 소화해내는 작가다.
시를 읽노라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돈다. 공감이 간다는 말이다. 시의 소재를 추상적 언어에서 벗어난 점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많은 초심자들이 시의 소재를 그리움이니 회상이니 사랑이니 하는 추상언어로 도입하여 그 추상언어를 합리화해가는 과정에서 무수한 추상언어를 동원하다가 시를 그르치고 마는데, 이 작가는 구체언어를 소재로 함으로써 구체적 상상으로 이끌며 구체적 이미지로 승화하였다.
시어의 사용에 있어서도 적합한 시어 찾기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 흔적이 군데군데 엿보인다. 이제 스토리문학의 작가도 젊어지고 있다. 젊어져야 한다. 글이 젊어지고 젊은 작가가 등단한다는 것은 미래가 열려있다는 뜻이니 오랜만에 유망주를 추천하는 기쁨 또한 우리 추천심사위원들의 기쁨이다.
(심사위원: 배인환, 전수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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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원님의 댓글

no_profile 명지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별의뜰' 님의 시를 마치 제가 스폰지이고, '별의뜰' 님을 물이라 생각하고 시를 그냥 송송송 느끼면서 보고 들었습니다. 시를 잘 모르지만 당선소감, 심사평 모두 다 공감이 되네요. 지난 주 도애란 집사님을 사단법인 평화교류협의회의 평화의 연찬에서 뵜는데, 도애란 집사님이 등단한 시인이라는 것을 수 년 간 알고 지내면서도 처음 알았습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시를 좋아하고 시인이 될 수 있으셨다고 하시면서 그 선생님이 '채빈' 님이라고 하시더군요. 도애란 집사님이 말씀하신 그 '채빈' 님이 맞으시리라 확신합니다. 우연찮게 며칠 사이에 '채빈' 님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어서 우리 하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도 시를 써보라는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군요.^^  


따님을 시인으로, 뭇 제자들에게 시인의 마음을 심어주신 '채빈' 님은 진정 '평화의 사도'이십니다. 건강하시고 '별의뜰' 님께 축하의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sha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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