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파(본명: 강위덕) 님 월간 <스토리문학> 2008년 4월호 신인상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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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둥이 같은 시를 품고 2년 가까이 단단한 껍질을 녹여 내려 열정을 사르셨던
백파 님이 '백사장에서' 외 2편으로 <스토리문학> 4월호 신인상에 당선되셨습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아끼고 사랑하는 시 긷는 마을의
모든 분들에게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함께 기뻐하고 축하해 주시기 바랍니다.
백사장에서
내 앞에 백사장이 이불처럼 펼쳐있다
차지한 공간은 작지만 아늑하다
자갈들 몇 개가 한숨 온기를 찾아 옹기종기 몰려 있다
돌들 하나하나에 입혀진 무늬는 물들이 다녀간 시간이다
수정처럼 맑은 자갈들은
물살도 없이 고운 강물이 되어
천 년을 보던 天涯에 물들어 있다
물 젖은 바다와 메마른 바다 사이에
모래알과 자갈이 동화되고 있다
경사진 백사장을 보며,
하늘 능선을 따라 조금씩 조금씩 낮아진
작은 房 하나, 내 마음도 함께 보고 있다
낡은 고무신 한 짝
길가에 버려진 낡은 고무신 한 짝
오랜 세월 걸어온 심장 소리 울린다
맥박이 뛴다
저 몰입의 긴장
들숨 날숨 숨결 따라
명창의 호흡과 북 치는 소리 들리고
그 사이 짧은 침묵 같은 고독,
목 시린 삶의 빛깔이 숨 쉰다
피닉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요동치 않는 피닉스의 숨소리가 대지에 깔린다 땀 냄새 물씬 나는 모퉁이에 굴절된 길 저편 소란한 발소리 들리고, 하루의 노동을 접은 사람들이 귀갓길에 오르면 허연 안개처럼 자욱한 공해에 어둠이 섞인다 실을 토해 제 몸에 감옥을 짜는 누에고치처럼 밀폐된 어둠이 메마른 삶의 타래로 감옥을 짠다 온종일 갉아먹은 생명만큼의 먼지를 털어내며 떠나는 군상들의 뒷모습에는 젊음도 사랑도 기회도 늘 저만큼 떨어져 있다 이 세계의 내면을 향한 응얼거림 같은 슬픈 음계들이 바람 부는 방향으로 불협화음 소리를 퉁퉁 밟고 지나간다
<당선소감>
믿음은 오해가 클수록 좋은 것 같습니다. 믿지 못할 사실이 현실로 다가올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어쭙잖은 나의 시 당선소식에 의심의 소나기가 나를 흠뻑 적셨습니다. 그러나 <나는 클릭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공식논법으로 컴퓨터를 클릭하고서야 당선 소식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알고 변화해야 발전을 보장받을 수 있듯이 이번 당선을 계기로 詩 言語의 수풀을 푸르게 푸르게 가꾸어 나가야겠다는 결심을 다져봅니다. 지금 나의 감격이 눈시울을 타고 은사 채빈 선생님과 시 긷는 마을 친구를 향해 출발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어린 詩作을 당선의 무대에 서게 해 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를 돌립니다.
<심사평>
화룡점정했으니 멀티아티스트로
그림은 화구畵具로 쓰는 시며 동화이고 소설이다. 시는 펜으로 그리는 그림이며 조각이고 설치미술이다. 음악은 리듬으로 그리는 시며 그림이다. 그런 점에서 문학과 미술, 음악 등은 모두 고리가 같은데 우리는 이를 통틀어 예술이라 부른다. 우리는 화가들이 시를 쓰고, 음악가가 그림을 그리고, 시인이 음악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이 작가처럼 멀티플레이어로 모든 장르에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일찍이 본 적이 없다. 우리 심사위원들은 강위덕 시인을 종합예술인이라 부르고 싶다. 이 시인은 그저 쓰는 척, 흉내 내는 시인이 아니라 깊이 있는 시를 쓰는 시인이다. 많은 사람들은 시인의 칭호를 악세사리로 여긴다. 그림 그리는 일을 취미쯤으로 여긴다.
그러나 음악만은 그렇게 쉽게 취급하지 않는다. 그것은 음악은 전문적이고 나머지는 쉽게 접한다는 쉬운 생각인데 그렇지 않다. 시를 쓰는 사람은 그림을 이해할 수 있으며, 음악을 하는 사람은 시를 이해할 줄 알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시를 그림으로 그려낸다.
시인이 시를 한 수 쓰는 일도 결국 그만의 고뇌를 쌓고 부수는 일이므로 어떤 시라도 경박하게 보아서는 안 되는데 이 시인은 백사장의 모래알과 자갈들의 역할에 대하여 심미안과 처절함의 양면을 볼 줄 아는 시인이다. 사소함을 위대함으로 읽는 사람이야말로 최고의 예술가인데 이 시인은 이미 최고의 예술가로 정평이 나 있는 분이지만 이제 화룡점정했으니 모든 예술을 아우르는 멀티아티스트로 그 빛을 세상에 펼치실 것을 기대한다. 이런 분이 스토리문학으로 등단한다는 것은 고무되는 일이다.
심사위원: 이수화 배인환 김회진
여기를 클릭하시면 홈피 <시 긷는 마을>로 이동합니다
백파 님이 '백사장에서' 외 2편으로 <스토리문학> 4월호 신인상에 당선되셨습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아끼고 사랑하는 시 긷는 마을의
모든 분들에게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함께 기뻐하고 축하해 주시기 바랍니다.
백사장에서
내 앞에 백사장이 이불처럼 펼쳐있다
차지한 공간은 작지만 아늑하다
자갈들 몇 개가 한숨 온기를 찾아 옹기종기 몰려 있다
돌들 하나하나에 입혀진 무늬는 물들이 다녀간 시간이다
수정처럼 맑은 자갈들은
물살도 없이 고운 강물이 되어
천 년을 보던 天涯에 물들어 있다
물 젖은 바다와 메마른 바다 사이에
모래알과 자갈이 동화되고 있다
경사진 백사장을 보며,
하늘 능선을 따라 조금씩 조금씩 낮아진
작은 房 하나, 내 마음도 함께 보고 있다
낡은 고무신 한 짝
길가에 버려진 낡은 고무신 한 짝
오랜 세월 걸어온 심장 소리 울린다
맥박이 뛴다
저 몰입의 긴장
들숨 날숨 숨결 따라
명창의 호흡과 북 치는 소리 들리고
그 사이 짧은 침묵 같은 고독,
목 시린 삶의 빛깔이 숨 쉰다
피닉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요동치 않는 피닉스의 숨소리가 대지에 깔린다 땀 냄새 물씬 나는 모퉁이에 굴절된 길 저편 소란한 발소리 들리고, 하루의 노동을 접은 사람들이 귀갓길에 오르면 허연 안개처럼 자욱한 공해에 어둠이 섞인다 실을 토해 제 몸에 감옥을 짜는 누에고치처럼 밀폐된 어둠이 메마른 삶의 타래로 감옥을 짠다 온종일 갉아먹은 생명만큼의 먼지를 털어내며 떠나는 군상들의 뒷모습에는 젊음도 사랑도 기회도 늘 저만큼 떨어져 있다 이 세계의 내면을 향한 응얼거림 같은 슬픈 음계들이 바람 부는 방향으로 불협화음 소리를 퉁퉁 밟고 지나간다
<당선소감>
믿음은 오해가 클수록 좋은 것 같습니다. 믿지 못할 사실이 현실로 다가올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어쭙잖은 나의 시 당선소식에 의심의 소나기가 나를 흠뻑 적셨습니다. 그러나 <나는 클릭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공식논법으로 컴퓨터를 클릭하고서야 당선 소식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알고 변화해야 발전을 보장받을 수 있듯이 이번 당선을 계기로 詩 言語의 수풀을 푸르게 푸르게 가꾸어 나가야겠다는 결심을 다져봅니다. 지금 나의 감격이 눈시울을 타고 은사 채빈 선생님과 시 긷는 마을 친구를 향해 출발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어린 詩作을 당선의 무대에 서게 해 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를 돌립니다.
<심사평>
화룡점정했으니 멀티아티스트로
그림은 화구畵具로 쓰는 시며 동화이고 소설이다. 시는 펜으로 그리는 그림이며 조각이고 설치미술이다. 음악은 리듬으로 그리는 시며 그림이다. 그런 점에서 문학과 미술, 음악 등은 모두 고리가 같은데 우리는 이를 통틀어 예술이라 부른다. 우리는 화가들이 시를 쓰고, 음악가가 그림을 그리고, 시인이 음악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이 작가처럼 멀티플레이어로 모든 장르에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일찍이 본 적이 없다. 우리 심사위원들은 강위덕 시인을 종합예술인이라 부르고 싶다. 이 시인은 그저 쓰는 척, 흉내 내는 시인이 아니라 깊이 있는 시를 쓰는 시인이다. 많은 사람들은 시인의 칭호를 악세사리로 여긴다. 그림 그리는 일을 취미쯤으로 여긴다.
그러나 음악만은 그렇게 쉽게 취급하지 않는다. 그것은 음악은 전문적이고 나머지는 쉽게 접한다는 쉬운 생각인데 그렇지 않다. 시를 쓰는 사람은 그림을 이해할 수 있으며, 음악을 하는 사람은 시를 이해할 줄 알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시를 그림으로 그려낸다.
시인이 시를 한 수 쓰는 일도 결국 그만의 고뇌를 쌓고 부수는 일이므로 어떤 시라도 경박하게 보아서는 안 되는데 이 시인은 백사장의 모래알과 자갈들의 역할에 대하여 심미안과 처절함의 양면을 볼 줄 아는 시인이다. 사소함을 위대함으로 읽는 사람이야말로 최고의 예술가인데 이 시인은 이미 최고의 예술가로 정평이 나 있는 분이지만 이제 화룡점정했으니 모든 예술을 아우르는 멀티아티스트로 그 빛을 세상에 펼치실 것을 기대한다. 이런 분이 스토리문학으로 등단한다는 것은 고무되는 일이다.
심사위원: 이수화 배인환 김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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