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님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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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쓰려고 안간 힘 쓰지 말고, 다듬어 만들려고 애쓰지 말게나
꾸미려는 생각 털고 사실을 쓰고, 느낀 대로 듣고 본 그대로 쓰게나
현실, 분노, 슬픔, 피울음, 격정 그대로
기쁨, 웃음, 놀람, 아름다움, 소리 그대로
그렇다고 남 밟을 뜻으론 쓰지 말게나
밟아 무엇 하려고, 그까짓 가버린 뒤 잊어버릴 걸
나도 가고 너도 가고 흙으로 가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을 …
그러면 눈 뜨고 귀 열고 멀쩡한 정신일 때, 좀 버둥거리는 게 어떠냐겠지
그건 맘대로 하게 누가 말릴 일 아니잖나
그렇다고 비도덕적 사단적 탐욕적인, 좋은 거란 하나 없이 그리 쓰진 말게나
글 때문에 마음이 길을 버리고, 글 때문에 가정이 흔들거리고
글 때문에 나라가 뒤숭숭하고, 글 때문에 세상이 험해지기에
무리한 생각으로 추리하면서
무얼 쓰려고 안간 힘 쓰지 말고, 사실을 공정하게 밝혀 보게나
가면, 탈, 위선 이런 것 다 버리고, 체면, 틀, 위신 그런 것 다 물리고
기억나는 대로 역사의 불꽃 앞에, 빛나는 섬광으로 기록 하게나
그러면 글 내용이 우아스럽고, 어색하고 어리석은 엉뚱한 일은
아마도 찾으려야 찾을 수 없을 걸세
자연스런 현상 나타 난대로, 차근하게 하나하나 쓸 수 있으면
세상은 보다 훨씬 살 맛 날 거네
용서하고 용단 내려 용기를 주면, 원수도 마음 녹아 눈물 흘리고
감싸 주면 감동하여 감사 할 거네
그러다가 따슨 마음 정이 오가면, 높은 담 잠긴 문도 열게 될 거네
한 줄 글로도 마음이 평안해 지고, 한 장 글로도 가정이 웃음 꽃 피고
한 단 글로도 나라가 새 힘을 얻고, 한 권 책으로도 세상이 새로워지기에
억지 글 맞추려고 애쓰지 말고, 무얼 쓰려고 안간 힘 쓰지 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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