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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이준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9.02.15 03:01 조회수 6,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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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그늘

꽃그늘은 공공도서관이에요 그늘에서 책을 빌려봐요 바람이 불면 신간서적 냄새도 나요 강원도 횡성군 서석면 피막재. 세상 물정 모르는 노파는 세상을 더 많이 알아요 손녀도 먼 거리를 혼자 통학하는 법을 꽃그늘에서 배웠어요 빈 개밥그릇에 도토리가 염주알처럼 떨어지는 오후 할머니는 마루에 앉아 지난번에 읽지 못한 손녀를 읽어요 걸레를 빠는 손녀의 뒷 그림자나 햇빛에 환한 귀밑머리를 꼬박꼬박 읽어왔어요 한 오백년 가사처럼 이제는 눈을 감아도 줄줄 외우는 손녀의 손. 도토리묵과 강냉이로 저녁을 먹은 후 손녀도 할머니를 찬찬히 읽어요 할머니는 읽어도 싫증 나지 않는 베스트 셀러에요 꽃이 떠날 때까지 그늘은 떠나지 않는다라는 대목에 밑줄을 그어요 읽다가 스르르 잠이 들기 전  소쩍새 소리를 책갈피처럼 살짝 끼워두어요 지붕 위로 잔별들이 무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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