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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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쁜 나비 한 마리
어디론가 혼자 가고 있더라
조용한 숲속을 빠져 나와 도시의 빌딩숲을 헤집고
낯설고 화려한 도시의 어두움 속으로
한 마리의 불나방처럼 가고 있더라
추락의 끝으로 안내하는
더불류더불류더불류닷스파이더웹닷컴
독거미들이 우글거리는 웹싸이트,
황홀한 여행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체
숨가쁘게 빠져들고 있더라
부드럽고 감촉 좋은 비단그물 위로 사뿐히 내려 앉자
거미신사는 재빠른 동작으로
여덟개의 부드러운 손놀림으로 애무를 하며
숨이 넘어 가듯 황홀경에 빠진 나비를
가느다란 명주실로 포근히 감싸고 귓속말로 소근소근하더라
이 화려한 외출을 단번에 망칠 수 없었던 터라
나비는 두려움과 떨림 속에서 몸을 맡기자
끈끈한 나비의 혼이 꽃길을 더듬으며 날던 추억과 함께
빨려들어 가더라
이젠, 다시 돌아 갈 수 없는 길
빈 껍데기만 달랑달랑 거미줄에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다가
찢어진 날개 한 점이
도시의 어두운 골목을 낮게 아주 낮게 날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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