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외등을 켜며 / 송순태 > 글동네

사이트 내 전체검색

글동네

{시) 외등을 켜며 / 송순태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재림문학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9.09.13 16:58 조회수 6,448
글씨크기

본문

 외등을 켜며 /  송 순 태


어느새 날이 저물었습니다. 

하루 종일 뛰어다닌 내 발자국만 어지럽게 찍혀 있는 저녁입니다.


다 헤어진 구두를 가지런히 벗어놓고 보면

험한 세상 얼마나 부질없이 헤매 다녔는지를 알겠습니다.


하루의 먼지를 털고 부르튼 발을 찬물에 담그고 앉으면

가슴을 채웠던 욕망들이 돌아온 자리에 낙엽 져 내립니다.   


아무리 똑똑한들, 아무리 유명한들, 아무리 잘 생긴들

스며오는 저 어둠을 어쩌겠습니까


이제야 내가 기다려야 하는 분이 누구이신지를 알겠습니다.

저녁 어둠 속에서 내다보이는 저 희미한 길 끝에서

언제쯤에 오실는지  '저녁일지 새벽일지' ...


이 저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다만 여기 겸손한 기다림이 있다는 표식으로

만종의 기도 같은

외등 하나 켜 올립니다.



‘시문학’ 등단. 재미시인상. 한국국제펜 미주시부문 상. 한국문인협회 및 국제펜클럽 회원. 한국시인협 및 한국현대시인협 회원.

 재미시인협회 회장 및 이사장 역임. 시집: 움직이는 숲, 이름없는 이름들에게 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KASDA Korean American Seventh-day Adventists All Right Reserved admin@kas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