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외등을 켜며 / 송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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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등을 켜며 / 송 순 태
어느새 날이 저물었습니다.
하루 종일 뛰어다닌 내 발자국만 어지럽게 찍혀 있는 저녁입니다.
다 헤어진 구두를 가지런히 벗어놓고 보면
험한 세상 얼마나 부질없이 헤매 다녔는지를 알겠습니다.
하루의 먼지를 털고 부르튼 발을 찬물에 담그고 앉으면
가슴을 채웠던 욕망들이 돌아온 자리에 낙엽 져 내립니다.
아무리 똑똑한들, 아무리 유명한들, 아무리 잘 생긴들
스며오는 저 어둠을 어쩌겠습니까
이제야 내가 기다려야 하는 분이 누구이신지를 알겠습니다.
저녁 어둠 속에서 내다보이는 저 희미한 길 끝에서
언제쯤에 오실는지 '저녁일지 새벽일지' ...
이 저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다만 여기 겸손한 기다림이 있다는 표식으로
만종의 기도 같은
외등 하나 켜 올립니다.
‘시문학’ 등단. 재미시인상. 한국국제펜 미주시부문 상. 한국문인협회 및 국제펜클럽 회원. 한국시인협 및 한국현대시인협 회원.
재미시인협회 회장 및 이사장 역임. 시집: 움직이는 숲, 이름없는 이름들에게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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