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갈대에게 띄우는 글 / 문금숙
페이지 정보
글씨크기
본문
갈대에게 띄우는 글 / 문금숙
희끝희끝 빛바랜 갈대의 머릿결 위로
조용히 다가온 노을
쉬어 가려는 듯 내려앉는데
저야 내일이면 또다시 지나가는 길에 들리겠지만
강물은 제 갈길 가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걸
갈대는 벌써 알아도
돌돌 말은 그리움
방치돌에 얹혀놓고 다듬이질 쉬지 않다가
허리께까지 굽어 거칠어진 몸되어
보는 이 섧게 하네
그야 날마다 기다리고 기다리겠지만
세월이 흘러 마음에도 외로움이 쌓이고 쌓이면
속내 속속 지치고 지치리니
진즉 마음 고쳐먹고 돌아서서, 제 왔던 길로
할 수만 있다면 서둘러 돌아가라고
서걱거리는 바람결로 일러주듯 얼러주네
한국시 신인상 등단. 재미시인협회 회장 역임
시집 : ‘추억이 서성이는 마을’. ‘나의 바퀴도 흔들렸다’. ‘황홀한 관계 속에서’ 외
- 이전글{시} 오월 하늘 / 박봉진 09.09.13
- 다음글{시} 정원수 / 김종혁 09.09.1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