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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장식 십자가 / 김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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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림문학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9.09.13 02:29 조회수 6,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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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식 십자가 김명호

                             

십자가 위에는

두 팔을 벌리고

무릎을 약간 굽히고

머리를 숙인

예수가

힘없이 매달려 있다.


금목걸이 끝에

금으로 만든 십자가상이

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인의 목에서 대롱거린다.


뾰족탑 위에는

피 없는 십자가가

고독하게 서서

낯선 풍경에 질린 듯이

휘휘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예배당에는

피 흘린 뜻을 외면한

교인들이

자기는 살려놓고

십자가로 예수만 죽이고 있다.


십자가에는

못 박는 망치소리 사라졌고

찢어진 몸에서

분출하는 피도 없다.


겟세마네의 피땀,

가시관의 찔림,

골고다 길 발자국마다 떨어진 핏자국,

갈보리의 망치 소리, 이것들은

옛날에 일어났던 사건으로 여겨질 뿐


정교한 순금 사슬에

장식용으로 부(富)를 뽐내는

십자가는

세월에 죽은 교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서울문학 신인상 시 등단. 미주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입상

                        시집 : ‘들풀’. 묵도의 여행. ‘약속 외는 아무것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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