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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샌하신토 산 / 윤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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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림문학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9.09.20 10:29 조회수 6,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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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하신토 산

윤재현

샌하신토 산은 캘리포니아의 小金剛山이다. 누구나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서 보면 알 수 있다. 하나님이 細工한 모자이크 암벽은 보면 볼수록 아기자기하다. 나는 은퇴 후 아내와 함께 이 샌하신토 산에서 등산을 시작했다.

원시림을 거의 간직한 이 산 계곡에는 54 마일의 하이킹 도로가 아름드리 소나무와 암벽 사이로 구비 구비 깔려있다. 이 계곡은 산 밑 보다 온도가 40도 낮아 한 여름에도 시원하다. 훌륭한 피서지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야 되기 때문에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아 LA 근방의 산들처럼 사람으로 붐비지 않아서 등산하기에 안성맛춤이다. 우리는 오후 늦게 올라가면 Cochella Valley가 훤히 보이는 네 개의 언덕 Desert Views를 다녀오고, 일찍 올라가면 Long Valley나 Hidden Divide를 다녀온다. Hidden Divide는 샌하신토 산의 노란자위로 255 에이커의 산등성이는 안내간판의 내용처럼 등산 도로를 제외하고는 사람의 발자취가 없는 원시림이다.

몇년 전, 해가 짧은 겨울에 이 Long Valley를 돌다가 죽을 뻔 했다. 그 날 오후 4시가 지나서 산에 올라갔는데, 나는 산림청 막사에 가서 하이킹 신청서를 써서 직원에게 주었더니 그는 이 시간에 3시간이 걸리는 Long Valley에 가지 말라고 말했다. 아내의 Desert Views에 들렸다 내러가자는 제안을 마다하고, 빠른 걸음으로 신나게 걷기 시작하였다. 세모 꼴 Long Valley의 두변을 돌았는데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길이 꼬부라지는 안내간판이 있는 곳을 향하여 걸음을 재촉했는데 사방이 캄캄해졌다. 달이 없는 밤이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갈까 생각했지만 벌써 절반 이상을 왔으며 또 남자가 한번 칼을 뽑았으면 다시 넣을 수가 있나? 후퇴는 없다. 계속 걸었다. 그런데 분명히 있어야 할 간판과 길이 눈에 덮여 보이지 않았다. 등산 가방에서 손전등을 꺼내어 켜보았으나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전지가 다 된 것이다. 준비 없이 겨울 등산을 온 것이다. 나 자신이 저주스러웠다. 두려움이 왈칵 엄습했다. 정신을 가다듬고 심호흡을 한 다음 주위를 살펴보니 저쪽 맞은편 산등성이에 케이블카 하우스에 불이 보인다. 저 불을 향하여 걸어가면 된다. 서 있던 지점에서 케이블카 하우스의 불빛을 보고 걷기 시작했다.

길이 없는 산비탈을 내려가니 가시덤불과 나뭇가지가 앞을 가로막았다. 맨손으로 가시덤불을 헤친다. 나뭇가지가 얼굴을 때린다. 발밑이 눈으로 덮여 있어 미끄러워 아내와 나는 몇 번 뒹굴어 떨어졌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바위나 나무뿌리를 움켜잡는다. 손이 아파서 자세히 보니 피가 흐른다. 이러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치면 죽는다. 나는 나무 가지로 지팡이를 만들어 앞에 절벽이 있을까 장님처럼 두들기며 내려갔다. 아내는 왜 그렇게 혼자서 빨리 가느냐고 야단이다. 무서운가보다. 샌호신토 산에 산 사자와 곰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지팡이를 만든 또 하나의 이유는 짐승들에 대한 보신용이었다. 이렇게 등산로를 벗어나서 약 한 시간 반 동안 언덕을 내려오다가 다행이 Long Valley 등산로를 만났다. 얼마나 반가운지. 후유! 이제는 살았다. 조금 더 가니 산림청 막사가 나왔다.

그날 저녁 소동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9시 35분이다. 마지막 케이블카가 9시 45분인데 그것을 놓치면 하산하지 못하고 케이블카 하우스에서 새우잠을 자야만 한다. 10분 동안에 뛰어올라가야 한다. 뛰기 시작했다. 젖 먹은 힘을 다하여 시멘트 바닥 언덕을 뛰었다. 숨이 천정에 닿는다. 이렇게 뛴 것이 6.25때 한 번 더 있었다. 인민군으로 끌려가다 미 공군 비행기의 기총사격으로 행군 대열에서 뛰쳐나와 집으로 도망칠 때. 헐레벌떡 케이블카 하우스에 들어가니 뜻밖에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다. 어찌된 일인가? 시계를 다시 보니 8시 45분이다. 시계를 한 시간 잘못 본 것이다.

하마터면 한국일보에 부에나 팍 거주 한인 부부 샌하신토 산에서 야간 등산하다 추락, 병원으로 후송, 남편은 중태.... 신문에 날 뻔했다. 이 해프닝은 나에게 두 가지 교훈을 주었다. 첫째는 산림청 직원의 권고를 무시하고, 즉 규정을 지키지 않고 아무 준비 없이 야간 등산을 한 것. 우리가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지 않으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됨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둘째는 우리가 비록 알게 모르게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지 않아 그 결과로 고통을 받아도, 케이블카 하우스에서 비취는 불빛을 향하여 걸어가면 구원의 길이 있는 것과 같이, 주님께 용서를 구하고 인내로 참된 길을 걸어가면 모든 일이 협력해서 선을 이루게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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