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막내의 속도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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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말을 못하고 끙끙 하고 서있기만 하냐?는 나의 다구 침에....
“대디. 나 장가보내 줘요!”
“ 뭐? 뭐라고?”
이건 웬 청천벽력 같은 얘긴가? 외 아들이자 막내인 아들이 장가를 가겠다고 요청해 온 것이다. 새 차를 사달라거나 컴퓨터 라면 몰라도....
작은 누나가 결혼식을 올 린지 겨우 육 개월밖에 안됐는데 , 이웃에 안목도있고,또 대사를 치루기에는 경제적으로 힘 드는데 내년에 하면 어떻겠냐? 는 내 시큰둥한 대답에 실망에 눈빛을 띠우면서
“ 그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
“나온단 말이야!”
“뭐가?
“베비가…….”
너 지금 "애기"라고 했냐?”
쑥스러운 듯 게면 적은 얼굴을 하며 응! 하고 고개를 떨어뜨린다.나는 당황함과 놀란 표정으로 그러면서도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너는 계획성이 없이…… 또 큰 일을 저질렀구나!"
엄마한테 얘기 해봐! 나 혼자 결정하기 힘든일이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다.
“그 애비에 그 새끼라더니! 너는 어째 그런 것까지 나를 따라하냐?”
내 결혼식이 같은 경우로 치렀던 결혼식이 였기 때문이다. 혼자 말처럼 고개를 돌리며 쓴 웃음을 지었다. 결혼식을 치루어야할 어두운 마음과 기대 하지 안았던 "애기" 란 말에 철렁하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밖에 찬바람을 쇠러 나갔다.
이래서 치러진 결혼식은 많은 하객들과 선물 꾸러미와 축하 금으로 어려움 없이 막내의 결혼식을 치룰 수가 있었다. “ 넉넉하고 후덕해 보이는 며느리를 얻으셔서 좋겠습니다.” 라는 인사를 수없이 받았다. 새 며느리가 몸집이 크고 키도 아들과 비슷한데다 얼굴에 흐트러지지 않는 미소 때문인지 "맡 며느리 감" 이라는 좋은 첫인상 으로 하객들은 모두 부럽다는 말을 잊지않고 했다. 아들가진 친구들은 혹시 며누리 친구가 있으면 하나 소개해 달라는 싫치 안은 부탁에 알아보겠다는 대답 까지도 잊지않고 했다. “한 식구 늘어서 좋겠다! 축하 한다” 나는 예의 없이 “야! 하나가 아니고 둘이다. 둘! 한꺼번에 둘!” 하고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게 작은소리로 말할라 치면 눈치 빠른 친구는 다시 손을 잡고 “그래? 그것 까지 쌍 축하한다!”
결혼식에서 팔을 끼고 주례 목사님 앞에 나란히 서있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둘이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지켜보면서 지난날 아들에 어려운 세월들을 회상했다. 고등학교시절 공부도 잘하던 아들이 십학년 때부터 미식 축구부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졸업할 즈음에는 학교를 빠지고 주말이면 집에 있는 날보다 나가서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아졌다. 결국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학교 인장이 없는 졸업장을 받는 졸업식을 했다. 대학은 들어간 지 일 년 만에 성적 불량으로 쫓겨나고 커뮤니티 칼레지를 전전하다가 군대에 들어 갔다. 이년을 한국에 지원하여 제대를 한 후 다음해에 다시 이란 전쟁터에 다시 불려가서 전쟁터에서 죽을 고비를 몇 번 치루는 사이 엄마의 기도 시간이 길어졌고 나의 기도도 눈물의 기도로 새벽을 이었다. 꿈자리가 사나운 날은 집안이 모두 걱정을 하며 침묵의 날로 지냇고 가끔오는 전화통이 울릴세라 전화기를 항상 손에 들고 이방 저방 서성거렸다.
부모걱정을 제일 많이 하게 하였던 아들, 대학을 십년 만에 졸업하는 늦둥이, 대학원은 갈 생각도 없이 직장 찾기를 무려 일년 , 이해할 수 없고 가슴 터지게 답답하게 하던 아들이 드디어 금융회사에 직장이되어 들어가던날 우리가족은 다시 활기를 찿았다. 새알만한 봉급으로 겨우 살아가던 아들이 대학을 다니는 젊은 처녀와 교제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드디어 다시 부모를 놀라게 하는 짓(?)을 터친 것이다.
벌써 내달이면 딸을 낳는 다고 “얼 트라 사운드”의 사진을 보여주며 여기가 머리고 저기가 다리라며 설명을 붙이며 희색이 만연한 아들의 생기잔 모습.
“ 대디. 어제 애기가 움직였어! 킥 킹 했어!” 찬단 말이야! 하고 내 다리를 툭툭 차면서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아들에 모습을 보며 “자식! 좋아 하기는?”
“네 일생 실수 중에 제일 잘한 실수다.” 싱글거리고 서있는 아들이 이렇게 대견해보이기는 오랬만의 일이다. 칭찬 반 부러움 반에 웃고 있는 내모습도 역시 첫 손녀를 안아 보겠다는 기대의 떨림으로 닥아 오고 있었다. 위에 두 누이는 결혼은 했지만 당분간 자식은 없이 산다고 하여 아직 자식이 없다. 그러데 생각지도 않게 막내가 소위 말하는 “속도위반으로 ” 손녀를 먼저 안겨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실수 투성이 인간에게서 그것이 큰것이건 작은 것이건 상관없이 하나님도 가끔 우리의 실수로 인해서 웃으실때가 있을것 같았다. 집사람 역시 복권 에나 당첨된 양 얼굴이 활짝 피어있다. 완고한 집에서 자란 집사람은 체면이라는 것을 몹시 내세우며 이런 일은 있으면 쉬쉬 하며 감추려하는 남에 이목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성격이다 그런데 생각이외로 아들에 실수를 마음 넓게 받아 들인다 . 아마 큰딸이 결혼 십년이 되도록 아이 없이 사는 것이 마음 한구석에 가시처럼 아쉬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새로운 생명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해야 할 조건으로 바꾼것이리라. 전부 다섯아이를 낳아서 두명의 아이를 잃어버린 자식에 귀중함을 누구보다 뼈아프게 느낄수있는 어머니의 심정이리라.
“ 여보 그래도 기특하잖아? 부끄럽다고 누구처럼 우리 몰래 낙태 수술이라도 했더라면 손녀딸 못 볼 수 있었잖아!” “감사하지 않수?” 하고 나의 동의를 구한다. “하기야 그건 감사한 일이지!” 마지못해하는 헛대답은 아니다.
몇일전 일이다 과속 운전으로 이백 불이 넘는 벌금에 너무 많고 아깝다는 말을 하면서 봉투에 채크를 써넣는 부인의 태도는 못내 아쉬워하는 태도다. 그런데 아들에 속도위반에는 어찌그리 관용스러운지? 오늘도 “속도위반”이 가져다준 행운을 감사하며 “나온단 말이야!” 의 기쁜 소식이 “나왔다”의 환희의 날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려본다.
돌산 10월14일 20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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