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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노인이 되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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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돌산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09.10.28 01:06 조회수 7,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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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동창) 봉원아!


네 편지 고맙다. 아직은 아니라고 몇번씩이고 부정하려해도 찿아오는세월을 어쩌겠냐?

나도 오랜 세월 “노인"이 아니라고 고집하고 있다가  7년 전 한국에 방문 도중이였다.손위 처남이 청계천 공사후 야경을 시켜주겠다고 해서 뒤따라 나섰다. 천호동 에서 제일 깊다는  지하철을 타려고 길고긴 층계를 숨 가쁘게 뒤에 처져 내려 갔는데 표파는 입구에도착하니 다리가 후들후들 하더라. 매표소 직원이 머리 새치와 걸음 걸이를 보았는지 얼굴도 안 쳐다보고 "노인 공짜표"를 창문 밖으로 던져 내듯 튕겨 주더라! 굇심한 녀석 어찌 내나 이를 안단 말인가? 그러나 처음 받아보는 "공짜표"라 불평한마디 못하고 공손히 집어서 손안에 귀하게 잡았지 빳빳한 느낌…이것이 내가 " 노인이란 표" 를 인정 한다고 접수한 첯 인정표였다.

전철 칸에 오르니 앞에 앉아 있던 여 학생이  벌떡 일어나는 거야! 이삿짐만큼 큰 책가방을 든 채....

얘 ! 학생!

아니다!

아직 노인네가 아니야!

그냥 의자에 앉아 있어라! 하며

두번째 던져 오는 "노인표" 에 나는 저항하고 있었지.그리고 서서 가기를 고집하고 있었다.

!  이 여학생이 앉기를 거절하고 그냥 서서 가는 거야. 그순간 나도 오기가 나서 앉지 않고 서 있기를 결심했지.

자리를 앞에 놓고 둘이 서있는 우리가 한심했던지 처남이 내 손을 끌며 여보게!

여기안지!

아닙니다.형님!

학생 여기 안지 그래! 하며 다시 학생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런데 쳐다보지도 대답도 없이 묵묵히 자세도 변함없이 그대로 서있는 거야.

무거운 가방은 그대로 바른 손에 걸치고  한쪽 어깨가 늘어 진채....

옆에 서있는 승객들은 조용히 숨죽이고 선듯 그 자리에 점령하지 못한채 긴장 상태로 우리의 대화만을 듣고 있었지. 사실 이자리를 점령하기에는 너무 팽팽한 분위기 였거든 이렇게 무언에 승강이를 하는 동안 차는 우리가 내릴 곳에 도착했지. 나는 서둘 내리면서 살짝 곁눈으로 여학생의 태도를 보니 그 여학생이 아직도 큰 가방을 들고 빈자리를 놔둔 채 서있는 거야!

내가 나오는 순간 이제라 하며 그자리에 털썩 주저 앉을줄 알았는데....

서있는 여학생의 뒤통수를 향해서

"그 학생! 고집하구는 ! ㅉㅉㅉ

이담에 시집가서 시어머니 속깨나 썩히겠네!

  여 학생이 왜 자리에 안 앉았겠니?

서서 자고 있었던 거야! 침을 질질 흘리면서....

지난밤에 컴퓨터 방에서 밤을 새웠거나 독서실에서 입시공부에 지칠 대로 지쳐 있었겠지.

나는 오늘이 한판 승부에서 이긴 것이 아닌 지고 있다는 것을 "종다리에 근육이 아파오는것"으로 느끼고 있었지

두번째 " 노인표"에도  이기지 못하고 있다는 분함을 다리 근육으로 끼면서....

"노인자리 양보" 받아 본 이후로 내가 노인 이란 것을 시인하기로 마음이 차분해졌다는 사실에 나도 놀라고 있었지. 지는 해를 어찌 막을수 있겠냐?

요새는

"아이구 다리야! " 제일 젊은이 앞으로 닥아 가는 거야!

그것도 비틀하고 넘어질것 같은 시늉을하면서 이때 다리를 끌거나 절름거리면 더 효과적이지. 

그리고 젊은이 앞에서

! 학생!

너, 좀일 어나봐!

내가 앉아야겠다!"

요새는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퍼!

고맙수! 젊은이! 하며 얼굴에 철판을 깔고……

또 편지하자.


증일 이가 10 29 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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