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단수필} 밤낮의 꽃 오각선인장 / 박봉진
페이지 정보
본문
갓 태어난 고슴도치 새끼도 이럴 듯 신기하고 예쁠까. 그 선인장의 이름을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늦은 봄날, 억세게 세어버린 버들강아지처럼 듬성한 가시를 달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내 나름대로 붙인 그 이름은 꽃 모양에서 유래됐다. 봉우리 때 펜타콘처럼 정5각형이더니 꽃도 꼭 무슨 무공훈장 같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한가운데 별 모양의 불가사리를 오려붙인 듯, 위장복의 얼룩점 무늬를 닮은 정교한 꽃잎 다섯 장도 5각 형태이다.
그 선인장의 유전인자는 어찌 되어있기에 그 생김새에 그처럼 희한한 꽃을 피워냈는지 믿기지 않는다. 대체로 선인장은 웬만큼 오래되어야 꽃을 피운다. 꽃은 아름답기는 한데 거의 하루 이틀이면 수명을 다한다. 그러나 그 꽃은 여늬 선인장과 달랐다. 수수하고 무뚝뚝해 보이는 사내의 전형이라고나 할까. 밤낮 엿새 동안 담담하게 피어 있다가 그야말로 ‘떠날 때는 말없이’ 바닥에 고개를 푹 떨어뜨렸다.
이름도 모르는 그 선인장 꽃이 눈에 밟힌다. 식물이나 사람을 보는 눈은 비슷해서 그럴 게다. 사람의 선입견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내 첫인상이 그랬고 말수가 적어 닦아서기가 어렵더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무엇 하나 내세울 것이 별로인 터수에 주변머리도 없어 그랬을 게다. 그러나 꼭 덧붙는 말 한 마디. 알고 보니 영 딴판이더라고-. 글쎄다. 듣기 따라 전제된 어감이 좀 이상하니 어찌 받아 드려야 할지. 나는 그것도 잘 알지 못한다.
현대는 튀는 패션의 시대다. 예쁘다는 말은 화려하다거나 아름답다는 표현에는 한 참 못 미치는 말이다. 그 선인장 꽃을 말하자면 유행 감각보다는 약간 촌스러운 데가 있는 고전미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마음속에는 아무렇게나 시류에 휩싸이지 않는 바람벽이 있지 싶다. 너나없이 변덕부림을 시대적응이라고 당연시하고 있지 않는가. 케케묵은 생각이라고 등한시당해도 할 수없다. 그 선인장처럼 고전적인 것은 언제나 시대를 초월, 앞만 보고 나갔으니까 말이다.
- 이전글{시} 가을 하늘 / 권경모 09.10.22
- 다음글{시} 어두움을 벗어나다 / 오휘 09.10.1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