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밤중 소리(1) / 오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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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중 소리(1) / 오휘
누가
단풍이 아름답다 하였나?
짧은 가을 그렇게 빨리 지나 갈 줄---
색 바랜 나뭇잎들이
차디찬 초겨울의 바람에 날린다.
한 여름
그 푸르렀던 꿈을 접어놓으며
바삭바삭 메마르다가
이윽고 차디찬 눈 속에 덮이며
땅 속으로 묻혀 버린다.
입 가
흐르는 미소가 가엾다.
지나 온 발자국 손길 마다
낙엽으로 덮어 가는데
문득 돌아보고 싶다.
언젠가
한 생명이 잉태되어
삶의 시작이 되었는데
사람들은 이런 시작을
운명의 장난이라고 말한다.
어디선가
처음이 있었다면
결국의 끝이 있기 때문에
삶의 길고도 짧은
여정 속에 이끌리고 말았다.
한 밤중
나를 있게 한 땅에
귀를 기울인다.
땅이 돌아가며 내는 부름을
밤새 들어야 하나보다.
솔로몬의
헛되고 헛되다는 인생의 한탄이
땅속으로 스며 들 때
사람의 본분을 깨달으며
사랑 찾아 이 겨울 보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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