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그것 참, / 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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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참, / 이영희
봄비 촉촉이 내린 후 개울물 잦아들면
땅은 출산을 위해 꿈틀거립니다.
작년 이 맘 때
도라지, 열무 씨를 뿌리면서
미운 생각, 서운한 생각,
온갖 잡된 생각을 섞어 뿌렸더니
한 열흘 남짓 지나 잡초만 무성 했습니다
심는 대로 거둔다는 데
좋은 생각을 뿌리지 못한 지난날들을
몹시 후회하고 있습니다.
금년에도
쌉쌀한 생도라지 무침에
시원한 열무김치를 생각하며
밭이랑에 군침을
뚝,
뚝,
흘리듯
씨를 뿌렸습니다.
온갖 잡생각이 다 달아나는 거예요
그것 참,
잡초 같은 생각일랑
알싸하고 상큼한
입맛으로 다스려 볼 일입니다
가슴에 맺힌 것이 있다면
한 상 가득히 차려진 밥상으로 불러 모아
오순도순 잡숴 보세요.
봄눈 녹듯 싹 사라질 겁니다.
문학저널 신인상 시 등단. 한미작가 공선 에피포도 예술문학상 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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