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의 실루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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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의 실루엣 오근석
차마 눈부셔 직시 못함인가
석양빛 등에 업은 너
앞치마 땟국 자욱 햇빛에 노출될까
광명의 뒤안길에
초연히 서 있구나
겸손하고 싶은거냐
누구처럼
쥐뿔도 없으면서 있는척
그러기보다야 훨씬 실한 거지
있음에도 없는척
먹장의 휘장 속에 숨어버려
검은 천, 으슬으슬한 피륙에
자기를 칭칭 감아버린 너
무표정을 표정으로 삼고
기둥처럼 서 있으니
말해다오
설음이냐, 기쁨이냐
헤아릴 길 없구나
자아중축의 현실세계
백주에 뽐내는 활보
살그니 뒤꿈치 허무는 음해
이런 짓들하고는 무관하려
노을 붉게 붉게 탈수록
너는 검게 검게 숯 되어 가는 거냐
석양 앞에 온몸 들어내도
찬란한 보석으로 설 수 없다면
부끄러 붉어진 얼굴 안보이려
차라리 그림자로 남겠다면
그 휘황찬란함의 석양이
자기자랑을 위함인 줄 아느냐
아니다
너를 곱게 곱게 꾸며주려 함이지
이걸 알면
낯뜨거워 얼굴 붉힐 걸?
노을마냥 볼때기 붉어질 걸?
아무 물감에나 물들지 않는
검은 치장 다행으로 여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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