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말 공장장 K씨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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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공장장 K씨에 대해서 / 문금숙
새 생산품 말 하나가
방금, 말 공장에서 또 출하되었다
공장장 말두뇌기계가 생산해 놓았다는 말씀
들어보면, 번지르르하긴 한데 한결같이 낡은 수법이다
마지막 정련 과정에서 받아내는 기계의 혓바닥
대리석으로 도금했는지 매끌매끌한 것엔 긍정이 간다
오래전 그가 도안한 견본 본적 있는데
도화지에 걸어놓고 물감 입힌 말들은
오래 빛날 것처럼 날름거렸지만
햇빛 아래 잠시 걸려있을 때 쉽게 변색되었다
그렇게 오래 지탱하지 못하는 본색 탄로가 흠이다
퉁구스카 상공에서 폭발한 천체
호수를 만든 흔적 남겼다는 설도 있는데
추락한 은석의 위력 떠올리며 생각한다
호된 검열 거친 후 인장 찍힌 말 정품
폭발시키고 충격 가한다면 말 공장장 K씨
그의 가슴 중심에, 커다란 푸른 호수
깊은 흔적 남길 수 있었을 것을
한국시 신인상 등단. 재미시인협회 회장 역임
시집 : ‘추억이 서성이는 마을’. ‘나의 바퀴도 흔들렸다’. ‘황홀한 관계 속에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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