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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입맛이 달아서 / 문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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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재림문학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10.01.29 14:32 조회수 8,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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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이 달아서 / 문금숙

부셔진 과자조각의 단맛을 알아버린 커다란 거위들이
앞뒤로 길게 줄을 지어 일렬종대로 서서 내 뒤를 따라 온다
더 줄 것이 없다고 소리치며 욱박질르고 위엄을 부려도 막무가내다
눈망울을 사납게 부라리며 노려보면서 호통을 쳐도 그때 그 뿐
그들은 개의치 않고 다시 흩어졌던 종대를 세운다
희망을 꿈꾸듯이 전진하는 그들의 모습이 눈물나도록 안쓰러워
탈탈 봉지를 털어 부서진 가루들을 바닥에 뿌려준다
권위 있게 따르던 도도함 어디로 가고
오직 먹이 찾는 일에 혈안이 되어 땅에 주둥이 박느라 분주하다
문득 스치는 생각들이 난무한다. 저녁녘 아버지 손에 굳건히 쥐어져 있던 과자상자
오빠들이 한 움큼 쥐어주던 사탕알들
커다란 봉지 치켜든 친구 뒤를 따르던 눈동자들의 빛나던 갈증
그리고 또 그리고, 조갈증을 풀기 위해
달콤한 말들에 함몰되어 가던, 나약하고 헤프던 이성의 해체
그날들은 또한 눈물로 가슴을 채우던 때이기도 했다
살아가기 위해 쫓던 달콤한 맛들은 잘 소화되었는지
나는 아직도 모른채,
또 다른 단 입맛을 꿈꾸는 생애는 아닌지 두려운데,
남은 열정일까 지속적 관습일까
세상 속에서 아직도 분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늘 올려다보는 하늘 위에서는
훤히 알고 있을 법한데


한국시 신인상 등단. 재미시인협회 회장 역임
시집 : ‘추억이 서성이는 마을’. ‘나의 바퀴도 흔들렸다’. ‘황홀한 관계 속에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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