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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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강위덕
계곡에 가서 하늘을 찌르는 기암절벽의 뿌리를 보고 왔지
그 뿌리가 물을 깨고 들어가
하르르 흔들리는 아득한 그리움 밑에서 신음하고 있었지
강의 발원지에서 핏줄에 담긴 뿌리들은
거친 바위 하나 붙잡고 피를 토하고 있었지
남으로 흐르는 물살에 발맞추려
북으로 흐르는 뭉게구름 밀림에 칼질하며 전진하는데
강적을 만나 버티는 짐승처럼
사나운 이빨 자국 통증으로 지쳐 있었지
평생 물 위에 발기되어 버티던 기가
한순간 숨이 멈춰버린 늙은 오입 꾼처럼
하류를 향해 반음씩 낮은음을 짚어가는 실뿌리 되어
설움을 쓸어 담고 있었지
그것은 한번을 잘 숨기 위해 99번을 들키는 구름의 한 심한 눈물과 비교하면
들키려 해도 들키지 못하는 뿌리의 오래된 실수
수수억년 벼르던 예각의 날쌘 칼날 같은 절벽의 뿌리,
이제는 쭈그리고 앉아 영원히 제련한 黃金 詩의 문장을 읊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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