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맥 빠진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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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빠진 일요일
강 위 덕
시답잖은 TV에 한 눈 팔려 킬킬 감정의 국수 가닥 훌훌 삼켜 넣다가 그것도 지겨워 책을 뒤적거려 본다 그래도 불 꺼진 창처럼 식어버린 마음
은 달궈지지 않는다 밖을 보니 동면하는 뱀처럼 가로수 가지엔 생선뼈 같은 나뭇잎 몇 개가 살충제에 쏘인 나방이처럼 살 사르르 떠는 몇 점 아
슬아슬하다 채널을 돌리던 아내가 "축구, 축구" 하기에 TV 앞에 다시 앉았다 TV에도 아슬아슬한 장면이 살얼음처럼 퉁기고 있었다
"앗, 센터링 지금 우리 선수가 뒤로 볼을 넘기고,
다시, 논스톱으로, 왼발로, 슛! 꼬~ㄹ-------앗,
헛것들을 끌어안는 적막 속에 살아 있는 건 아나운서의 괴성! 숨 가쁘게 질주하던 초조가 폭팔하는 소리다 싱겁다 축구도 우습게 끝이 났다 타
다 남은 재가 폭삭 꺼지듯 힘겹게 불 붙여 보려던 마음도 폭살 내려앉는다
조이고 싶어도 조여 지지 않는 不隨意筋인데도 마음 사그라지지 않는 난감한 일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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