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고추장과 족보 / 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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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과 족보 / 이영희
아들을 찾아
먼 길을 오신 어머님
두 개의 짐 꾸러미 속에서
고추장과 족보가 나왔다
당신이 손수 담근 고추장은
나의 입맛을 배신한 적이 없다
새콤 달콤 감미로운 제국주의 총아들이 밀려나고
부뚜막 한 자리를
토종이 버티고 있다
어머님이 떠나신 후
오랫동안 잠자던
慶州 李氏 大同譜(경주이시대동보)가 담긴
묵직한 박스를 열었다
신라 천년 건국공신
慶州 李氏 시조의 초상화가
눈을 부릅뜨고 일어나자
그 뒤를 따라
아버님이 지팡이를 치켜들고 호통을 치신다
이놈아
장손인 네가 근본을 아느냐
실로 오랜만에
慶州 李氏 사십대 손(孫)
매운 고추장 먹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문학저널 신인상 시 등단. 에피포도 예술 문학상 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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