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상상의 진실 / 정영근 > 글동네

사이트 내 전체검색

글동네

{수필} 상상의 진실 / 정영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재림문학이름으로 검색 작성일2010.08.27 16:58 조회수 7,416
글씨크기

본문

 

상상의 진실 / 정영근

 

   그녀는 꽃을 좋아한다. 대륙을 건너서라도 꽃이라면 가져오고 싶어 하는 성미다. 그녀는 지금 활짝 핀 연분홍 꽃을 보고서 무척 좋아해 하더니 그만 조화야, 모조품 조화야, 하면서 실망한 눈길을 보였다. 만져보니 조화이며 모조란다. 대저 조화가 아무리 아름다울지 몰라도 이렇게 조화이고 보면 대개는 사람들이 실망하는 눈치들인 것 같아 보인다. 이러고 보면 오히려 조화가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그 실망은 더한 것이 아니냐는 이치가 맞는 것만 같다. 그러나 난 이쯤에서 끝나버리기 보다는 조화라고 해서 그것이 정작 그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단정적으로 그리 생각해야 하는 것에는 어쩐지 찜찜한 의문이 든다는 말이다. 난 연전에 기막힌 조화 전시장엘 가본 일이 있다. 가지 각색 조화들은 활짝 피어있고 사람들은 모두 그들을 반겼다. 그럼 그들은 조화를 반긴 것일까? 아니면 단지 조화의 기술에 감탄 한 것일까? 난 이때 왜 이 세상에 조화가 생겨나게 되었을까? 를 생각해 보면 그 연유를 알만 했었다.

 

   사람 누구나 실제의 아름다운 꽃이 활짝 피어난 것을 한 아름 갖고 싶어 하는데 마치 이것이 모조이기는 하지만 실제의 꽃이나 다름없는 상상의 조화로 만들어 낸 연유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하여 사람이 손수 만든 꽃을 바라보면서도 마치 실제 한 꽃을 보는 표본으로 바라보면서 감상하고 즐거워하게 된 게 아닌가 싶다. 필시 그럴 게다. 그리고 이건 사람의 자연주의적이면서도 이성주의적인 발상의 합일에서 비롯된 소치라고 생각하면 그게 갖는 의미는 훨씬 깊어지는 것만 같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실제의 꽃, 생화란 아무리 아름다워도 오래 가지를 못하지 않던가 말이다. 오래 가지를 못하는 생화의 아쉬움을 대신하게 된다면 이야 그 조화의 존재와 공로는 오히려 사람에게서 칭송을 받아야 마땅한 게 아닐까 싶다. 오히려 조화는 조화인 대도 이렇게 아름다워라! 하고 말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상상의 진실이며 진실 추구이니깐 더욱 그렇지 아니할까 싶다.

 

   내 생각은 좀 더 비상하고 싶어진다. 나는 보이지 아니하시는 예수님의 얼굴을 가끔 마음으로 그리워하다가도 정작 그의 사진을 볼라치면 아, 예수님은 눈, 코, 입, 하며 또 귀와 머리카락이 필시 이렇게 생기셨을 거야, 인자하게도 말이야, 하고 의심 없이 하늘에 계신 분의 감을 잡곤 한다. 말하자면 나는 나대로 또 하나의 상상의 날개를 타고 비상해 보는 것이리라. 그러나 나의 상상의 진실은 어디에도 빈틈이 없는 것 같기만 하다. 옛 날 그 옛적에 누가 그림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그려 놓았겠는가. 그때 사진 찍는 기계가 있었겠는가 싶다. 예수님 얼굴 사진은 상상화임에 틀림이 없다. 이건 상상의 진실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모조이며 조화나 방불한 예수님 사진을 보면서도 그리 좋아할까? 왜 모조라면서 일축하지 않을까? 아마도 이건 예수님의 참 모습을 상상하는 믿음의 진실추구가 그 안에 있기 때문일 게다. 그렇지 아니한가. 만약 그렇다면 예수님 사진 같은 조화, 조화 같은 예수님의 사진이란 참 좋은 게 아닐까.

 

   만약에라도 사람들 더러 보이지 않는 천국을 그림으로 그리라 하면 저마다 어떻게 그릴까? 그리고 무엇을 보고 그렇게 그릴까? 필시 하늘나라는 아름답고 영원한 것일 텐데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그릴까? 알고 보면 진리추구의 상상, 이건 실제 한 것의 그대로이리라.  결코 모조라는 피안을 뛰어넘는 재 자리 매김하는 실제 한 상상일 수 있으리라. 연어라는 고기는 홀로 머나먼 수 백리 길 자기가 난 곳에 이르러 산란하고 죽는다고 전한다. 그의 고향 찾는 상상의 행위는 진실 그대로이다. 세상에 모조가 많은 것은 실제이며 실상이 있는 것에 대한 소치이리라. 그래서 실상의 좋은 모조(품)는 오히려 사람에게 하나의 표본이 될 만큼 선호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닐까. 그래서 난 아름다운 조화가 좋다. 상상의 날개를 탄 조화의 진실이 좋아서다. 어느 시인은 “꽃을 보려 하고 봄 오기를 바랐더니….” 라고 읊었다. 그러나 조화가 가슴에 있는 한 그 꽃엔 비록 씨방, 꿀샘은 없어도 여전히 봄의 그윽한 진실 향기가 있다.

 

 

 미시간 저널 시문학상 등단.

한국 재림교회 100주년 기념 삼육대학교 총 동문회 제1회 최우수 문학상.

한국 재림문인협회 재림신문사 재림문학상 1-2회 수상. 시집: '당신을 위해'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KASDA Korean American Seventh-day Adventists All Right Reserved admin@kas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