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삶도 부드러운 칫솔처럼 / 고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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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 부드러운 칫솔처럼 / 고대석
굳은 살 박힌 내 손을 만져 보고 지문이 다 닳아 없어진 아내의 손을 잡아 보며 우리에게도 부드러운 손을 가졌던 젊은 시절이 있었나 싶어 그리움이 앞선다. 부드러운 마음으로 살고 싶었는데 우리의 손 마냥 딱딱하게 굳은 마음으로 다른 이들에게 상처 주며 이제껏 살지 않았나 싶어 가슴이 떨려온다.
아마도 관광 가이드들의 작품일 것이다. 어느 지인의 수필에 자이언캐년에 다녀온 이야기가 있었다. 공자와 예수가 내기 바둑을 두었단다. 그런데 공자가 져서 그 내기 한 대로 빗자루를 가지고 맞은 편 바위산 청소를 했더란다. 그런데 그 빗질 자리가 남은 것이 자이언캐년 바위산의 무늬모양이라는 것이다.
웃고 말 일이긴 하지만 얼마나 강하고 뻣뻣한 빗자루로 쓸었으면 그 바위산이 그렇게 깊이 상처받고 그 자리가 여태 남아있다는 말인가.
물리적으로 강한 물질은 상대적으로 약한 물질을 상하게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인간 세계에서도 물리적 힘을 가진 자들은 상대적으로 약한 자를 정복하여 지배하며 깊은 상처를 입히는 것이 당연지사인 것처럼 그런 역사를 만들며 살아 왔다.
우리는 매일 이를 닦는다고 칫솔질을 한다. 마치 공자가 바위산을 빗질하듯 말이다. 그렇게 뻣뻣한 칫솔로 이를 닦다가는 우리의 치아는 모두 자이언캐년의 돌산처럼 될 것이다.
많은 분들이 찬 물 더운 물을 이가시어서 못 마시겠다, 찬바람이 들어가면 이가 시어서 아프기까지 하다며 치과를 찾는다. 다른 경우도 있을 수 있겠으나 대개의 경우는 치아와 잇몸이 닿는 부분에 쐐기 모양의 깊이 파인 칫솔 자리가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공자의 빗자루처럼 뻣뻣한 칫솔을 사용했음에 틀림이 없다.
그 부분은 치아의 흰 에나멜 물질과 뿌리 부분의 연한 씨멘텀이라는 물질이 만나는 경계 부분으로 이를 닦을 때마다 칫솔의 털이 그 사이를 파고 들어가 깊은 상처가 된 것이다.
치아 속에 흐르는 신경계와 외부와의 두께가 얇아진 그 부분은 온랭의 자극을 막지 못하므로 이가 시다고 하게 되며 통증과 염증을 동반할 수도 있게 되고 심하면 소위 말하는 신경치료라는 극단의 처치를 해야 되는 경우가 될 수도 있다.
우리의 치아를 자이언캐년의 돌산처럼 관광용으로 삼을 일은 없을 것이니 부드러운 칫솔을 사용하여 빗질하듯 닦지 말고 부드럽고 짧게 문지르듯이 닦아야 좋을 것이다. 칫솔을 살 때 '소프트' 칫솔을 선택하고 '하드' 칫솔은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3000여 년 전 이집트에서는 나뭇가지 끝을 납작하게 다져서 부드럽게 펼치고 그 것으로 문질러 이를 닦았다고 한다. 쇠뿔을 깎아 자루를 만들고 거기 돼지 털을 매서 써 보기도 했으며 그 털이 너무 뻣뻣하다 하여 더 연한 말의 털을 써 보았다고도 한다.
부자들은 고급스럽게 상아로 자루를 만들기도 했었다고 한다. 20 세기 초에 들어 와서야 지금 쓰는 나이론 털을 쓰기 시작했고 질과 모양과 색깔이 변천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어느 회사의 제품이냐 와 상관없이 내 기호에 맞는 모양과 색깔을 선택하되 '소프트 투스 부러쉬'를 집어 들면 좋을 것이다.
굳은 살 박히고 지문도 지워진 낡고 뻣뻣한 손을 가졌을지라도 마음만은 부드러워 다른 이들에게 상처주지 않는 삶을 살면 좋겠다. 억세게 살지 못하니 물질적 손해는 있을지 모르나 한 평생 사는 기쁨과 보람은 있을 것이다.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이요' 라는 말씀이 소망되어 다가온다 .
'한국수필' 신인상 등단. 재미수필문학가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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