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난 꽃제비
페이지 정보
글씨크기
본문
난 꽃제비
원산 장 돌며
누군가 흘리는 국수 쪼가리
잽싸게 주어 입 속에 넣던~
오로지 한 소망
누군가가 음식 부스러기
많이 떨어뜨려 주기만 기다리던~
파리 쫓듯 날 쫓아버리는 국수집 아줌마
허나 그것만이 생존의 방편.
밤 되면 거적대기 하나 덮고
주린 배 움켜쥐고 잠 청하던
살아남은 꽃제비.
그러던 어느 날
한 나그네 내게 말 걸어주셨다.
흙 묻지 않은 국수 세 사발
잔뜩 잔뜩 먹었다.
내게 국수 사 주셨던 그분
동행 요청하셨다.
바람은 원산 앞 바다 휘젓고
그분은 노 저으시며
내게 한 잠 자라신다.
오오, 포근한 잠 자리,
가볍고 폭신한 베개!
난 그분의 음성 흉내내고
그분의 미소 배운다.
그리고 그분과 함께 노 젓는다.
바람 부는 하늘 구름 사이로
제비 두 마리 춤추며 나른다.
그분 만난 후
난 배 부른 제비 되어
오늘도 하늘 난다.
- 이전글{수필} 삶도 부드러운 칫솔처럼 / 고대석 10.08.06
- 다음글곤란 중 너그러움 10.08.0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