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손바느질 / 문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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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느질 / 문금숙
시침실 쫓아 한 땀 한땀 박음질하는 손바느질에서도
다르게 꿰지는 올들과 곧게 서서 나가지 않는 선들
고른 공간 없이 실땀으로 이어져 온 삶이 보인다
촘촘이 짜여진 길로 가려고 애쓴 흔적 엿보이는 데도
울퉁불퉁 신작로 위에 마구 흩어진 잎사귀 들이 잡힌다
아래만 보자고 보는 거라고 눈을 고정시켰는데
어느새 곁눈질한건가
바늘 발자국 드문드문 어긋난 길 끝에서는 아슬아슬해
잡아당긴 실자리 삐뚤어질 듯 겉땀 표면이 판판하지 않다
누벼져 있는 실밥들 눈에 띄지 않게 숨겨
속 깊이 가만가만 떠 꿰맸다라면
바늘땀들 겉에 나타나는 일 없이 썩 좋게 보였을 것을
박음질 끝나고 시침실 뜯어낸 후 옷걸이에 정중히 걸린 채
맵시 부리는 옷, 겹겹이 접쳐서 아무도 모르게 의젓하기만 한데
옷솔기 사이사이로 보이는 실오라기들
다시 거리에서 바람따라 물결처럼 흐를 때
들쑥날쑥 모아진 생애의 매듭들처럼
수많은 눈동자에 부딪치면 마음아, 불편하지 않으랴
한국시 신인상 등단. 재미시인협회 회장 역임
시집 : ‘추억이 서성이는 마을’. ‘나의 바퀴도 흔들렸다’. ‘황홀한 관계 속에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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