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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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이렇게 나이가 더 들면서 생기는 버릇이 하나 있다.
생명 있는 거라면 그게 미물이라도 고의로 죽이지는 말자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나의 아내와 꼭같은 생각이다.
정작 파리가 집 안에 들면 그냥 밖으로 나가게 하려고 애쓴다.
이웃 집 모기 잡는 전기 씨스템 호드락 소리를 들으면서 사람이 꽤
잔인한가 보다 한 적이 있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집 지하며 일층에도 생쥐가 사는 걸 감지했다.
호박씨를 까먹고 남긴 껍질을 그대로 수북히 남겼기 때문이다.
가끔 집에 오는 아들이 이 이야기를 듣더니 질겁을 했다.
그리고는 잽사게 시장에 가서 쥐덫을 2개를 사왔다.
쥐는 잡아야 한단다. 병걸리고 더럽단다.
그 속에 땅콩 뻐더를 바른 후 장치를 해 두 곳에 놓았다.
난 괜스레 말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찜찜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예상 대로 생쥐들이 쥐덫에 갇혀있었다.
이 어여쁘게 생긴 생쥐들이 이 사람 사는 세계를 잘 알까.
사람 사는 영역 밖이면 몰라도 이 집 안에 있으면 이렇게 죽을만치
나쁘다는 것을 모를까.
사람 사는 동네를 침범한 중형이며 사형이라는 것을 알까.
아마도 그 생쥐들은 사람들에게 대한 원한 같은 것이란 없을 게다.
필시 생쥐들은 자기 먹을 것 찾아 착하고 부지런한 마음으로 어디
든지 다니면 되는 것으로 알았을 게다.
심지어 그는 죄과라는 것이나 자책 같은 자체를 잘 모를 게다.
그렇지만 생명이 종식되는 순간은 다 아프고 처절한 것이데 안타
까운 일일 수 밖에 없다.
어쩌면 무죄한 것들이 무척 안타깝다.
어쩌면 동시대 반가운 생존자들인데 말이다.
사람에겐 하나님이 이렇게 말씀하신다.
세상의 덫은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이니라 라고.
사람은 이것들을 잘 알고도 그 영역을 얼마나 많이 침범하는 것일
까?
오히려 사람이 부득불 안타까운 존재인 것만 같다.
그러던 넌 그분의 자비를 그렇게 믿고 수없이 그 덫 속을 오가지
않았더냐!
그런 넌 왜 그리 무죄한 생쥐를 생명까지 혹독하게 다룬단 말이더
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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