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엄마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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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이 나의 이야기를 다 듣기도 전에 나의 잘못일 것이라고 판단하고 나의 말을 가로 막았다.
마음이 많이 아프지만 참고 이제는 나도 40 이 넘은 아이들의 충고를 들어야 할 늙은이가 되었구나
하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눈물을 꿀꺽 삼켰다.
나의 입장을 설명할 기회를 주지 않는 두 딸들이 너무 섭섭하여
축 늘어진 힘없는 내 모습이 영락없는 꼬리 내린 강아지처럼 보였을 것이다.
나는 9 남매 중에 맏이로 항상 내가 지휘라도 해야 하는 듯 착각을 하고 살아왔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내 마음대로 한 셈이다.
그러니 늙은이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그 많은 명언들을 너무나 많이 읽고 들었는데도
참으로 기가 죽는 것은 힘든 일인가 보다.
나는 딸아이들에게 위로가 받고 싶었고 내 편이 되어 줄 것을 기대하고
말을 하려다 본전도 못 건졌다.
내가 그렇게 아이들에게 항상 했으니까…….
Taste of your own medicine 이란 말이 생각났다.
생각해 보니 아이들이 화가 나서 울 때, 엄마에게 속상하다는 말을 할 땐 항상 나의 처방을 주곤 하였는데
그들이 내 약이 필요해서 말 한 것이 아니고 그저 엄마에게 위로 받기 위함이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지금까지 내가 그들에게 얼마나 야속한 엄마였을까 미안 한 마음으로 생각하니 겹겹이 쌓여 있는
그들의 허탈과 위로받지 못한 상한 마음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미안하기 그지없다.
엄마, 누구누구가 어떻게 하고, 어떤 말해서 화가나! 하면, “그것은 네가 잘 못 본 거야
그것은 ……. “ 하고 내 설명에다 내 입장에다 그리고 위로합네 하고 아이의 말을 들어 주는 대신
내 말만 하곤 했던 나의 엄마로서 실격의 그 현장들이 마구 내 머리에서 다시 기억으로 되살아난다.
아이들에게 이제라도 미안한 이 마음이 전달되고 이제라도 내 이 부족한
가슴이 사랑의 언덕이 되어 그들의 쉴 곳이 되고 싶다.
아~ 나의 지난날의 나의 부끄러운 경력!
엄마라는 자격으로 무슨 말이든 아이들을 위하는 것이라는 구실로
“엄마가 이런 말 하지 않으면 누가 해 주겠니?” 항상 이렇게 나왔다. 그리고 아이들이
나의 지혜로(내 생각) 가득한 말을 고맙게 생각하지 않고 말을 안 들으면 저주가 떨어질 것 같은 위협도 주곤 하였다.
말을 너무 많이 하고 들어주지 못한 엄마 때문에 아이들의 가슴에 얼마나 많은 멍과 상처가 되어 날개를 펴지 못했을까?
지난날로 다시 돌아 갈 수 없기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아이들과 하나님께 용서를 받고 싶다.
그러고 보니 내 남편에게, 내 동생들에게, 부모님께, 교우들에게, 내 주위에 있는 친구들에게도 마찬 가지었다.
내게 다가온 그들에게 내가 충고라도 해야 되는 줄 착각하고 그 위치에 얼마나 많이 섰던가?
내 가슴에 사랑이 있었다면 진정으로 그들을 위하는 길은 그들의 말을 들어 주고 따뜻한 위로가 먼저,
그리고 처방은 하나님께 구하였을 것을…….
내가 남에게 닥친 시험이나 어려운 일들이 대수롭게 보이지 않던 것이 내게 닥치면 크고 힘 든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이제야 왜 입은 하나, 귀는 둘인지 체험으로 깨달으며 늦게나마 회개를 한다.
이제 나의 가슴이 사랑의 언덕이 되어 우리 아이들이, 그리고 누구든지 뒹굴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Thanksgiving Day of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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