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장군! 뉘시오니까 / 권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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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만나면
이기고 또 이기시는
당신께오서
백성을 보면
불쌍히 여기시고
병졸들은
자식 같이 돌보시오니
장군!
당신은 뉘시오니까
어버이시오니까
바람이 불면 바람의 힘으로
물살이 세면 물살의 도움으로
밤에는
달빛 별빛 살피사
때를 고르시니
장군!
당신은 뉘시오니까
천문관이시오니까
재판은 바르고 빠르게
처벌은 너그러우나 분명하게
어리석은 자는 깨우치시고
불평하는 자 타이르시니
장군!
당신은 뉘시오니까
법관이시오니까
스승이시오니까
모함을 받되 변명치 아니하시고
시기를 받되 갚지 아니하시옵고
어리석은 나랏님 부끄럽게 아니하시오니
장군! 당신은 뉘시오니까
바보이시오니까
성자이시오니까
적과 나를 헤아려 보고
천기를 살피시며
다음 싸움을 고민하시던 어느 날 밤
꿈에 신인[神人]을 보셨다고요
장군! 당신은 뉘시오니까
선지자이시오니까
울돌목 앞바다에(1)
내려앉은 천년 학
순결하고 고운 그대 모습
오늘은 어찌 그리
노기를 띠었는고
누가 그대를
성나게 하였는가
반만년 긴 세월
단아한 자태
흐트러짐이 없었거늘
오늘은 어찌 그리
위엄까지 갖추었는고
북소리
나팔소리
천지를 뒤흔드는
댕구소리(2)
배 부서지는 소리
왜병들의 비명소리
당신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나이까
장군!
당신은 뉘시오니까
학이시오니까
만년 학이 되오소서
오늘도 울어대는
울돌목의 물소리는
그날의 함성인가
왜혼들의 울음소린가
울돌목 막아 앉은
세 마리의 거북이
뒤를 받치고 있는
열 척의 판옥선
온 바다를 꽉 메운
적선들
다 부셔버렸네
다 잡아먹었네
장군!
당신은 뉘시오니까
왜선을 잡아먹는 거북이시오니까
겁 많고 게으르며
욕심 많고 거만한
큰 나라의 제독
어르고 달래고 타이르고
전과를 양보하여
양과 같이 따르고 의지하게 하시니
장군! 당신은 뉘시오니까
군자 이시오니까
굶주리고
의지할 데 없는
불쌍한 백성들
나라님을 원망하며
대신들을 욕하며
무리무리 당신을 따라도
권력을 탐치 아니 하시오니
장군! 당신은 뉘시오니까
충신이시오니까
아!
이 백성에게 하늘이 있었나이까
해가 비쳤었나이까
하늘이 무너지고
해가 빛을 잃었을 때에
장군께선
무너진 하늘을 고치시고(3)
더러워진 해를 씻기셨나이다
장군! 당신은 뉘시오니까
정녕 당신은 뉘시오니까
장군! 당신은 보여주셨나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충신의 길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지도자의 길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백성을 사랑하는 것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군자의 길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스승의 길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어떻게 하는 것이…, 어떻게 하는 것이….
다 보여 주셨나이다
따르오리다. 따르오리다. 따르오리다.
필자 註 : (1. 鶴翼陣, 학익진) (2. 大碗口, 오늘날 대포) (3. 補天溶日之功)
워싱턴문인협회 주최 현상모집 시부문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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