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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옛 이야기 / 김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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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  김명호


모여 앉기만 하면

그렇게 할 이야기 많던 시절

얼굴만 쳐다봐도

웃음꽃이 피던 때가

어제인데


주름살 틈틈이

세월이 쌓여서

할 얘기 많을 것 같아도

모여 앉으면 별 말이 없다.


겪은 신산(辛酸)이

서로 비슷함인가?

열의 없는 이야기에

감동 없는 표정들로

시큰둥하기만 하다.


쉽게 흥분하던 시절

열정이 예지를 압도하던 때가

한껏 팔을 뻗어도 멀어만 져서 

희미한 옛 영상으로 아물거리고

이명(耳鳴)처럼 울리는

한갓 옛 소리일 뿐이다.


센머리

희미한 눈으로

정자나무 밑에

멍석 깔고 누워서

한 여름 마음껏 노래하는 매미 소리 들으며


천변(川邊)에 벌거숭이로 뛰노는 어린것들을

옛 이야기처럼

물끄러미 보는 여름 오후

해가 서산에 걸리고 있다.


서울문학 신인상 시 등단. 미주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입상

시집 : ‘들풀’. 묵도의 여행. ‘약속 외는 아무것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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