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거룩한 밥상 / 이영희
페이지 정보
글씨크기
본문
거룩한 밥상 / 이영희(李寧熙)
밥상을 마주하고
기꺼이 제 몸을 바친 무구한 제물들을 바라보면
고개가 숙여진다.
발가벗겨져 수모를 당하여도
삶기고 볶기고 혹은 몸이 으스러지게 맞아도
아무 말이 없다
소금을 뿌려 몸을 비틀고
온갖 양념으로 숨통을 조인 후
초를 치면 처절한 죽음의 의식이 끝난다.
먹을거리가 되기 위해
순박한 흙냄새를 툭툭 털고 일어나
짙고 깊은 맛으로 거듭나는
거룩한 밥상 앞에서 생각한다.
나도 기꺼이 밥이 되는가를
시인, 칼럼니스트
- 이전글미주재림문학 출간을 축하 / 도현석 10.11.17
- 다음글자연의 향기 10.11.1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