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바닷가에 서서 / 김시천
페이지 정보
본문
오늘은 만사 제쳐두고
당신과 말문을 터야 할까봅니다.
심상한 숲길을 한걸음에 달려 나와
첫 미팅의 찰랑이는 설레임으로
당신의 푸른 눈길을 마주봅니다.
숨이 절로 탁 트이는
당신의 넓은 어깨 위로
더러 눈부신 여름햇살이 떠있는데,
당신의 서늘한 눈동자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내 사십 줄의 아우성을,
반듯한 보석 상자를 열듯
말갛게 들여다봅니다.
당신의 시작도 끝도 짚을 수 없는
줄파도, 그 사이에
놓여나는 노래만 하더라도
매번 새롭게 어우러진
모난 인생들의 부서짐인데,
당신의 리듬에 내 음악을 맞추어 내듯
한 발짝 두 발짝
더부룩한 내 발자국도
휘황한 당신의 옷자락에 묻히어 나가고
고향 포구에 접안하는 지친 뱃노래처럼
또 다른 만선의 꿈을 기다라며
나도 당신의 가장자리에 잦아듭니다
푸근한 맨가슴에 안겨듭니다...
뿌리문학 신인상 우수상 수상
- 이전글((시)) 골고다 언덕길 좋아 10.12.20
- 다음글몇 분만에 후딱 둘러보는 세계 일주 10.12.1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