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철들면서 / 오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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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들면서 / 오근석
전에는
그럴 수가 있나, 그럴 수는 없다
천만부당한 일이다, 이렇게 생각했다
앞서 간 이들이 바람처럼 사라질 때에도
그들만의 일이라, 나와는 무관하다
나는 안연했다
철들면서
사는 것은 끊임없이
하루 10만 번 쿵쾅거리는
염통의 줄기찬 작업에
부지해 있구나! 탄복하면서
쉴 사이 없이 낡아가는
아, 끝없이 쇠패해가는 과정인 것을
알게 되었다
낳아, 살다가, 죽는 것,
그게 전부요? 물어보면
그렇다, 이 대답이 석연치 않아
나는 허무주의자나 염세주의자를 그렸고
허무나 염세에도 탐닉할 수 없는
내가 한심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전진도
후퇴도
못할 때
삶은 영원으로 이어져야 이치에 맞고
죽음 후에 부활은 철학으로도
타당성이 있는 것이라는 귀결에 당도했을 때
그러면 그렇지!
고동과 맥박의 소리치는 소리의 말을
그제야 알아차렸다
귀띔해준 이는 다름 아닌 그분
하나님이심도 후에 알게 되었다
하루 고동 10만 번의 심장을
7, 80년이나 뛰게 하시는 분은
이미 위대하시니
설혹 영생을 유보하고
너는 이생뿐이다
선언하실지라도
당신은 이미 그만으로도 위대하고
또 위대하십니다. 라는
찬양 받으시기에 합당하다
한미작가 공선 '에피포도 예술문학상' 시부문 수상
시문집: '고백' '복음의 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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