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겨울나무 / 김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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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 김시천
I.
다정한 햇살을 쪼이며
잠깐의 봄날은 지나갔습니다
짙은 여름밤의 설레임 속에
속살을 피워낸
붉은 꽃 한 무더기도 얼핏 보았습니다
이리저리 흔들어대며
한껏 웃고 돌아서는 바람에게
낯 뜨거운 맹세를 한 적도 있습니다
나는 누구이던가
나는 누구이던가
푸른 별 아래 두 무릎을 꺾은채
빈손으로 떨며 쓰러지는
오매불망
되뇜의 밤도 많았습니다
II.
선뜻 매운 바람맞고
옆집 대문간으로 엎어질 날처럼
이리저리 세월은 흩어지고
오히려 녹음의 기억은
검은 힘줄로 남아
묵은 비에 다 젖어 가는데
칼바람에 꼿꼿이 목을 내민 채
여기까지 버티고 온 어스름 속에
그대여,
달뜬 마음으로 건너다보이기도 하는
그대여…
뿌리문학 신인상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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