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김장로님 부부 같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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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경과 강습 자료가 든 노란 가방 하나를 매고 부지런히 이 교회 저 교회를 심방하던 때가
있었다. 난 이 무렵 할 수 있으면 기회를 얻는 대로 작은 집회소까지 방문하여 말씀을 서로 나누
며 사랑의 우정을 나누기를 심히 열망했다.
어느 금요일 오후였다. 밤 예배시간에 맞추어 어느 산골 교회를 방문했다. 이리하여 차가 잠시
쉬는 길목에서 이 교회의 책임자인 김형제를 반갑게 만날 수 있었다.
이 김형제는 어떤 수양회가 되었던지 간에 빠짐이 없이 참석했기에 나는 이미 깊은 인상을 가
지고 있었던 터였다.
난 '김형제님, 참 반갑습니다!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하고 인사를 했다. 그런 다음 우리는 교회
로 가서 사랑스러운 20여명의 성도들을 만나 예배하고 밤이 늦도록 즐거운 교제 이야기를 기
탄없이 나누었다.
밤은 깊어가고 있었지만 이젠 나는 김형제 집으로 가서 하루 밤을 지내기로 했다. 그런데 내가
잠자야 할 방이 오래 묵혀두었던 관계로 3일 전부터 연탄불을 피워서 방이 습기도 없어지고 재
법 따뜻해졌다고 해서 이젠 다 되었다는듯이 김형제는 즐거운 표정을 지워보였다.
그러더니 김형제가 가만이 방으로 들어가더니 연탄 냄새가 나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 이 구석
저 구석을 유심히 코를 맡으면서까지 다시 점검해 봤다. 이젠 다 됬다는 것이다.
그런 대도 난 어쩌나 싶었다. 난 본래 채류탄 깨스까지도 전혀 냄새를 맡지를 못한 데다가 문
을 꼭 닫고 자면 혹시라도 아지 못하는 새 깨스에 중독이라도 되어 소리없이 죽지나 아니할
까 하는 의구심이 자꾸만 들었다. 생각할수록 걱정스러워졌다.
그래서 한 꽤를 냈다. 저녁 공기가 차겹고 다소 추웠지만 하는 수 없이 문을 반쯤 열어놓고 잠
을 자기로 한 것이다. 옳지 되겠거니 생각 되어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런데 또 하나의 큰 문제
가 있었다. 이건 도저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였다.
덮는 이불이 꼭 내 키만 해서 위로 올려 덮으면 발이 나와 시럽고 그렇다고 해서 아래로 내려
덮으면 반대로 목이 추워서 종래 잠을 자기가 어려웠다. 결국 그냥 엎치락 뒷치락 하다가 그
냥 하루 밤을 지샌 샘이 되어버렸다.
밖을 내다보니 먼동이 훤하게 터왔다. 어찌나 반가운지 몰랐다. 무척 지루한 밤이었다. 난 나
중에 생각한 일이지만 나야말로 바보였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차라리 연탄을 아궁이에서 빼
버린 다음 문을 꼭 닫고 잠을 잤으면 그래도 따뜻하게 잠을 잤을 것 같지 않는가 말이다. 손바
닥 뒤집는 일도 못하는 나였던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부지런히 마치고 이 지구 목사님이 계시는 교회로 가야만 했다. 우리
는 바쁜 일정이지만 아마도 상당 시간 동안 설교 권면식으로 말씀을 강론하는 시간을 갖어야
했다.
지금도 잊혀지지를 않는다. 그 구차한 생활에도 불구하고 김 형제 내외는 부부가 아니라 할가
봐서인지 그렇게도 부부가 일체로 신앙생활의 즐거움과 체험 신앙 속에 감명되어 있었다. 이
때 신앙의 정취로 화색이 만면한 두 분을 만나고 있노라니 더함 없이 행복하기만 했다.
난 가만히 방 안을 둘러 보았다. 아마도 어제 밤 내가 깔고 덮었던 그 이불은 아들의 것이 아니
었나 싶었다. 그렇다면 어쩌면 나 때문에 그 아들이 어제 밤 춥게 잠을 잤을 게 분명했다.
그런데 이렇게 찌든 가난한 생활에도 예수를 구주로 굳게 믿고 다시 오실 주님 때문에 이렇게
도 행복해 하는 김형제 내외의 신앙이 너무나 부럽기만 했다. 나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말했
다. '주님은 이런 분을 가지고 계시니 부요하십니다.' 라고.
아마도 나 보다는 나이가 조금은 적을 동생 같은 김형제였다. 나는 마당으로 나와 오솔길로
빠져 나가기 전에 고개를 숙여 정중하게 존경의 뜻을 표했다. 그리고 다시 손을 부여잡고 이
렇게 말했다.
'김형님, 목사니 뭐니 그러지 말고 우리 따스한 마음으로 서로 형제 같이 되어 하늘을 바라보
며 일구월심 진실된 신앙을 해 봅시다! 이렇게 서로 멀리 있을지라도 항상 서로간 기도하면
서 지내고 또 수양회 때면 만나십시다!' 라고.
이렇게 말한 후 한참 동안 약조나 다름이 없는 뜨거운 악수를 나누었다. 김형제는 입을 꼭 다
물고 신념스럽게 묵시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아내하고도 악수를 나누었
다. '김선생님, 교회의 지도자 되라고 해서 꼭 같은 짝 보내셨나 봐!'그러면서 서로 웃었다.
갈 길이 바빠졌다. 나중에 내가 이 교회를 다시 방문했을 땐 김형제는 온 마을을 복음화해가
고 있었다. 그래서 난 동료 목사님에게 이 진귀한 이야기를 소중하게 들려주었다. 우린 불빛
두 눈을 서로 마주치면서 우리도 김형제 같이 되자구나! 그랬다. 지금도 도시로 나와 사는
김장로님 부부 같이 되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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