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삶의 냄새 / 고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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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냄새 / 고대석
모든 생명체는 그 특유의 냄새를 가지고 있다. 사람도 예외일 수는 없다. 한국인은 미국인에게서 '빠다' 먹은 노린내가 난다 하고 미국인은 한국인에게서 김치.된장 먹은 냄새가 난다 한다. 체내에 스며있는 이 냄새를 닦아 낼 수도 없으니 이쪽 저쪽에게 서로 속일 수 있는 방법은 향수를 바르는 것이요 원천적으로는 냄새의 근원을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해 뜨기 전 이른 아침 나는 뒤 뜰에 핀 여러 색깔의 장미꽃들을 들여다 보며 코를 꽃송이에 박고 그 향기로운 냄새를 맡으며 상쾌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랏시'의 목에 목줄을 걸고 같이 아침 운동을 나간다. 어느 날 아침 산길에서 큰 코요테 한 마리가 앞서 지나갔다.
랏시는 미친 듯이 코를 땅에 대고 냄새를 맡으며 달려가려 했다. 잘 훈련된 랏시도 통제 불능이 되는 순간이었다. 도대체 무슨 냄새가 나길래 저런다는 말인가. 아마도 특수한 냄새를 발하고 있는가 보다. 장미꽃처럼 좋은 냄새인지 아니면 역겨운 냄새인지 랏시에게 물을 수도 없어 더욱 궁금하다.
오래 전 RV를 운전해 대륙 횡단을 한 일이 있다. 하루는 일찍 KOA에 들어가 쉬기로 했다. 길가에서 아내가 뜯은 씀바귀를 씻어 된장을 풀어 된장국을 끓였다. 얼마쯤 후 옆에 차를 대고 있던 잘 생긴 백인 남자가 찾아왔다.
말 인즉 자기는 한국에 군인으로 갔다 왔기 때문에 그 냄새를 좋아하지만 자기의 아내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주 젊잖게 웃으며 건네는 말이었다. 아마도 그날 저녁 온 KOA 에 이 냄새가 퍼졌을 것이다. 이민 초기에 부주의했던 씁쓸한 경험이다.
한 육십대 여성이 화려한 옷치장을 하고 진료실에 들어왔다. 얼마나 강한 향수를 쳤는지 마스크 속에 종이를 몇 겹을 접어 넣어도 그 향수 냄새를 막을 수 없었다. 더한 것은 그녀가 누어서 입을 열었을 때 그 입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는 나를 벌떡 일어나게 했다.
구강의 냄새는 주로 몇 가지 원인에서 올 수 있다. 음식물의 냄새 입 안에 축적된 치석으로 인한 조직의 괴멸에서 오는 냄새 심한 충치에서 오는 냄새 혀의 돌기 사이에 남아 축적된 냄새 위장에서 올라오는 냄새 담배나 커피 등으로 인한 냄새 등등일 것이다. 주로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물이 원인이 된다.
아무리 강한 구강 세척제로 씻어 내도 잠간만이고 냄새는 가시지 않는다. 그러니 치과 병원에 가서 치아의 뿌리 깊은 데까지 긁어 내되 잇몸에서는 오염된 검붉은 피를 제거하여 선명한 맑은 피가 나도록 해야 한다.
냄새의 근원이 거기이기 때문이다. 충치가 있으면 더 커지기 전에 치료해야 한다. 충치는 저절로 완치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혀 바닥에 침전돼 있는 찌꺼기는 칫솔로 박박 문질러 닦되 혀뿌리가 있는 깊은 데까지를 닦아야 한다. 입 냄새는 주로 거기서 많이 나기 때문이다.
담배나 커피는 누렇게 색을 남겨 치아의 표면을 거칠게 해 이 물질이 잘 접착하게 하여 냄새를 돕는다. 위장에 문제가 있다면 내과의를 찾아야 할 것이요 공중 장소에서는 트림을 삼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입 냄새로 인해 사교생활에 지장을 초래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껌이나 사탕처럼 다른 좋은 냄새를 내는 것을 입에 넣는 것도 임시 방편으로 좋을 것이다.
인생살이에서 나는 나쁜 냄새도 포장하여 감추기보다는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좋겠다. 악취보다는 좋은 향기를 입으로 발하면서 살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의인의 입술은 기쁘게 할 것을 알거니와 악인의 입은 패역을 말하느니라.' 입 냄새를 잘 관리하여 자신이 청결하며 다른 이들에게도 폐가 되지 말아야 하겠다.
월간 '한국수필' 신인상 등단. 재미수필문학가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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