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파피꽃길을 걸으며 / 문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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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꽃길을 걸으며 / 문금숙
구름이 하늘을 메우고 있는 하루아침
파피꽃 나직이 앉아있는 들길 걷다가
상체를 하늘로 곧추세우고 직립을 고수하려는 듯
요지부동자세로 서있는 꽃봉오리들을 본다
비바람을 견뎌 이기며
끈질기게 버티고 있는 그의 단단한 기품 속에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간절한 일념으로
꽃피우려는
눈물의 긴 강이 보인다
그렇게 꽁꽁 다져져있었구나, 너의 가슴이
우러러 받들며 기다리고 있는
천공의 뜨거운 열꽃
봄볕이 번지는 그 시간 고대하는 이는 오직 그대뿐
나는 부끄럽구나
흐르는 구름에 맡기며 그럭저럭 하는 사이
어느덧 보낸 한 생애
지상으로 이탈하여 석양이 붉게 꽃피는
광활한 하늘사랑 찾아 달려갈 수 있을까
한국시 신인상 등단. 재미시인협회 회장 역임
시집 : ‘추억이 서성이는 마을’. ‘나의 바퀴도 흔들렸다’. ‘황홀한 관계 속에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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