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 의인의 반열 / 정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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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의 반열 / 정영근
아침 잠에서 일어날 때면 아쉬웠던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래서 아, 의인의 반열에 들지 못하겠어. 그랬다.
그러다가는 문득 생각하기 싫어져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곤 했다.
언젠가 금희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금희야, 성큼 의인의 반열에 들자구나!’
금희는 즉시 말했다.
‘아주 좋겠지만 의인이 어떻게 되는 거예요!’
난 이때 금희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냥 말야, 에녹처럼 그렇게….’
금희는 서슴없이 ‘그게 내 힘으로 되나요.
그건 주님이 알아서 할 일 같은데?’ 그랬다.
나 역시 그때 고개를 끄덕이면서 묵시적으로 옳커니 그랬다.
그럼 지금 난 의인의 반열에 들지 못하겠다는 말은 무슨 소릴까.
무슨 시험대에나 놓인 건가.
마치 무슨 커트라인이라도 있는 건가.
하긴 커트라인 좋지. 행도는 커트라인으로 학교에 입학했는데
나중에 어른 되어 일등 한 애와 같이 같은 자리에 앉아 연수를 받았다지 뭐더냐.
그럼 그렇지. 의인이면 의인이지 무슨 머리 있고 꼬리 있겠어!
아직도 잠결에서 깨어나지 못한 건지, 무슨 생존경쟁의 가도를 거닐고 있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
이제야 번뜩 재 정신이 들었다.
사실 하늘 가는데 무슨 커트라인이 있겠어!
주님은 우리를 모두 하늘로 다 오라 하시는데 말이다.
자기가 가기 싫으면 안가겠지만…. 안 그런가?
이러자 밖을 내다보니 검은 대지는 겨울이 사뭇 추워 두툼한 하얀 솜털 이불 덮고 따스하게 누워있다.
대지는 무척 아름답다.
그런데 나목, 나목은 이 차겨운 추위에도 검붉은 채 그대로 그냥 거기 서있네.
아, 나목아, 넌 하늘 반열에 설만하구나!
님을 기다리는 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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